몇십년만이라는 50여일간의 기나긴 장마가 끝나자 폭염이 또 다시
엄습을 했다. 아침마다 지하철 9호선틀 타고 출근을 하는데 팥죽같
은 땀을 흘리고 사무실에 도착하면 등은 땀으로 흥건하다. 긴 장마
때에는 온통 습기로 집안이 눅눅하고 화장실 타일 사이에는 자꾸만
거뭇거뭇하게 곰팡이가 끼여 한동안 집안에 향기롭지 못한 내음이
퍼졌다. 잦은 비를 맞고 습기를 머금은 건물 1층 입구엔 파란 이끼
비슷한 파래가 끼는 곳도 있었다.
장마로 집안이 눅눅하니 제습기를 구입한다, 집안에 있는 선풍기를
총동원하여 세탁한 옷을 말리느라 아내는 야단법석이었다. 선풍기
앞에서는 가장인 나보다도 빨래를 말리는 일이 우선순위가 되었으니....
옷이며 이불이 눅눅하여 제발 햇볕이 나왔으면 소망했건만 막상 폭
염이 오니 또 다시 그늘과 바람과 추위가 그리워진다. 조석으로 변
하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 이런건가 보다.ㅎ
입추도 지나고, 어제가 말복이었는데 아직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보면 이 더위가 가면 얼마나 더 가겠느냐는 다소 느긋한 마음
으로 바뀐다. 길어보아야 2주 후에는 아침 저녁으로는 시원해지겠
지. 지난 여름 더위도 지독히도 덥고도 길기도 했었지. 겨울은 또 어
떠했던가? 몇십년만의 추위라고 언론에서는 호들갑을 떨었었지. 요
즘 기상은 한결같이 기존의 몇십년, 아니 몇백년의 기록들을 순식간
에 갈아치우는 위력을 발휘한다. 토요일에 본 설국열차가 생각나고
이러다 지구온난화를 거쳐 어느 순간에 빙하기가 다시 오는 것은 아
닌지 불길한 상상이 든다.
예년보다 춥고 길었던 지난 겨울에 사람들은 빨리 여름이 왔으면 손
꼽아 기다렸지. 팍팍한 삶을 사는 이들은 더위보다는 추위가 더 싫은
법이라고 하니까.... 그런데 그토록 기다리던 여름이 왔는데 사람들
은 덥다고 또 다시 겨울을 기다린다. 그러고보니 눈깜짝할 새 1년이
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계절은 변함없이 왔다가 가고 또 왔다. 사람들만 춥다 덥다 난리들이
다. 매미소리가 유난히도 우렁차고 하늘이 맑고 높은 것을 보니 더위
도 곧 한풀 꺾일 것 같다. 가을이 멀지 않았다는 신호이겠지. 이 여름
에 나는 무엇을 남겼나? 배움과 일에 대한 열정은 변함이 없고 무언
가 부산하게 움직인 것 같은데 별로 내놓을 산출물이 없는 것을 보니
그저 입에 바쁘다는 핑계만 달고 실속없이 산 것은 아닌지, 지난 시간
을 조용히 되돌아본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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