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승의날이다. 쌍둥이들이 저학년이었을 때는 스승의 날이 큰 부담이었는데
6학년이 되고 보니 조금은 덜 한 것 같다.

"스승의날 무슨 선물을 준비해야 하니?"
"선생님이 선물 가져오지 말래요"
"그래도 서운한데 꽃이나 화분이라도 하나 준비해 줄까?"
매년 하던 선물을 올해는 건너 뛸려니 마음에 걸리시는지 장모님이 녀석들에게 제안을 한다.
"우리 교실은 화분도 많으니 그런 것도 가져오지 말래요"

작년만해도 스승의 날에는 미리 선물을 준비하여 챙겨드렸는데 올해는 준비하지 못했다.
어린 쌍둥이들이 있는 줄을 알고 매년 나에게 스승의날에 쓰라고 선물하시던 분이 올해는
어려운지 그냥 지나가고 내 형편도 여의치 못해 전전긍긍하던 차에 오히려 쌍둥이들의 말에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모르겠다. 집사람이 있었더라면 못했어도 예쁜 장미꽃 한다발 만들어
스승의날 아침 등교길에 녀석들 손에 쥐어보냈을텐데....

어제 영재반학급 부모모임 총무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오늘 오후 1시에 영재반에서
모임이 있다는데 회사에서 근무를 해야 하기에 참석하지 못했다. 마음은 학부모 모임에도
함께 하고 싶고 도움도 주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남들은 아빠가 회사일로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면 엄마들이 학교에 자주 가서 자식들 돌봐주고 관철하며 부족한
것들을 챙겨주는데 나는 자식을 둘씩이나 학교에 보내놓고 회사일을 핑계대고 학부모 모임에
조차 거의 나가지 못하니 쌍둥이자식들에게도  미안하고 또 뒤에서 묵묵히 영재학급 학부모
모임을 이끌어 나가는 다른 엄마들에게 미안하다.

"재윤아, 너는 담임선생님이  좋으시니?"
"네, 선생님이 저에게 잘해주시고요 저도 선생님이 좋아요"
"재명이는?"
"저도 선생님이 좋아요. 다른 반은 공부 공부만 하는데 우리 반은 아주 즐겁게 수업을 해요."
쌍둥이들 말을 들으니 요즘 초등학교 6학년이면 선생님들의 귄위를 간혹 무시하고 권위에
도전하며 반항한다고 하는데 쌍둥이자식들은 선생님을 따르고 존경하는 것에 안도가 된다.
학생이 선생님을 존경하고 믿고 따르지 않는다면 아무리 성적이 우수하다고 한들 그 교육은
실패라고 부를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윤이에게 저녁 식사후 곧장 양치를 하라고 했다.
윤이는 아마도 3분간 꼼꼼하게 양치를 했지만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명이가 윤이가 양치질을 1분밖에 하지 않았다고 고자질을 하자(실제
확인하지도 않고 1분밖에 양치를 하지 않았다고) 명이 말만 믿고 막내 윤이에게
다시 양치를 하라고 말했지만 윤이는 억울하다며 계속 하지않고 항변하였다.

"윤이! 어서 가서 다시 양치질을 해! 이건 아빠의 명령이야."
"아빠! 저 정말 3분넘게 양치질을 했단 말예요. 저 정말 억울해요"
"그걸 본 사람이 없지 않니? 잔말말고 가서 다시 양치를 하란 말이야"
계속 미적거리며 양치질을 하지 않고 입이 부어 버티고 있는 윤이에게 나는 아빠의
지시에도 따르지 않는 자식은 필요없다며 막 화를 냈다. 평소 쌍둥이자식들이 고집이
쎄고 무슨 일을 시켜도 즉시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미적대는 나쁜 습관이 있는데 이번
일에 평소 가지고 있던 섭섭한 감정까지 더해져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아빠가 하라고 하면 해야지, 웬 말이 그렇게 많아"하며 더욱 큰
목소리로 화를 냈다.

나중에 큰애가 내 옆에 와서 윤이는 3분넘게 정말 양치를 했다고 설명을 하는데도
한번 자존심이 상한 나에게 큰애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언성이 높아지고 화를
낸 표정이 심상치 않다고 분위기가 심각함을 느낀 윤이가 그제서야 내 눈치를 보더니
얼른 내 옆에 와서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한다.
"아빠!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나는 애써 눈길을 피하며 용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기를 5번....

"네가 뭘 잘못했니?"
"아빠가 양치질을 다시 하라고 했는데도 제가 하지 않고 그냥 버티고 있었어요"
어제가 어린이날이 아니었던가. 나는 못이기는 체하며 표정을 누그려뜨리며 그제서야
마지못해 용서를 해주는 수순을 밟았다.
"다시는 오늘같이 버티기행동을 하지 말고, 아빠가 하라면 이유불문하고 즉시 하거라"
"네, 아빠.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나 곰곰히 돌이켜보니 윤이가 한 행동에는 하등의 잘못이 없었다.
내가 명이의 거짓정보에 죄없는 윤이를 나무랐고 억울해하는 윤이에게 아빠의
일방적인 권위로써 눌렀을 뿐이었다. 결국 아빠의 권위와 윽박지름 때문에 윤이는
제대로 행동을 해놓고도 항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한 것이다. 평소
자식들에게 올바른 판단기준을 가지고 소신껏 살라고 내가 가르쳐놓고 나는 내 기분과
내 권위의 잣대에 맞추어 살기를 강요한 셈이 되고 말았다.
 
너무도 부끄럽고 옹졸했던 내 행동에 대해 오늘 교회를 다녀와서 윤이에게 용서를
구했다. "윤아! 어제는 아빠가 큰 잘못을 했다. 명이형의 거짓 정보를 믿고 제대로
양치질을 한 너를 많이 혼냈고, 억울함을 항변하는 너에게 아빠 지시를 듣지 않는다고
일방적으로 야단을 쳤구나. 아빠가 어제는 정말 잘못했구나. 아빠를 용서해주렴"

뜻하지 않았던 나의 사과에 윤이도 당황해하며 "아빠 저도 어제 잘못했어요. 아빠가
다시 양치를 하라고 했을 때, 얼른 다시 했으면 되는데 억울하다고 몇번이나 버티며
아빠를 화나게 했어요. 저도 잘못했어요" 그러자 옆에 누워있던 명이도 벌떡 일어나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한다. "아빠, 저도 어제 윤이가 제대로 양치를 했는데 같이 양치를
하려고 1분밖에 하지 않고 금방 나왔가고 거짓말을 했어요. 용서해주세요"
"그래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우리 가족 서로 질투하지 말고 서로 사랑하며 살자"
"네"

비록 어린 자식이지만 내 잘못한 일에 대해 솔직하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니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아빠! 오늘 새벽기도회 다녀오셨어요?"
"응"
"목사님이 오늘 어린이날이라고 특별히 어린이들에게 잘해주라고 안그려셨어요?"
"그런 말씀 전혀 없었는데...."
"...."
"오히려 어려운 고난 앞에서 현재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라고 하시던데.."

막내 윤이가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그냥 베시시 웃어넘긴다.
이번 어린이날이 마지막 맞는 어린이날이라고 눈을 뜨자마자 합창을 한다.
"할머니는 선물 뭘 주실거예요?"
"형아는 무슨 선물 줄꺼야"
"아빠는 무슨 선물 주실꺼예요"
마치 선물을 미리 맡겨놓기라도 한 듯, 빨리 선물을 내놓으라고 안달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여 온다.

'아빠는 뽀뽀 한번, 아니 특별히 뽀뽀 두번 해줄께"
"에이~~ 그런것 말고요. 진짜 선물이요"
"규야~ 극장 상영하는 영화 중에서 우리 가족 모두가 가서 관람할 수 있는 괜찮은 영화
없나 한번 알아봐라"
"그제 밤에 극장 가보았는데 올해에는 볼만한 영화가 하나도 없어요"

"낮에는 치킨이나 사주게"
쌍둥이녀석들이 지난주부터 치킨이 먹고 싶다고 아우성이었다. 한참 크는 시기라 요즘은
고기가 먹고 싶다고 고기투정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장모님께서 녀석들의 고기투정하는
이야기를 기억하시고 이틀전 처남과 처남댁이 어린이날이라고 건네준 봉투를 염두에
두셨는지 점심때 치킨을 시켜주라고 말씀하신다.

"차가 있으면 오늘 애엄마에게나 갔다오면 좋은데, 어버이날은 평일이라 가지도
못하는데....차를 빌릴 수 있으면 한번 빌려보지 그러는가?"
어제 출근길에 정국장님 차안에서 5월 5일 외출계획이 있느냐고 넌즈시 여쭈어보니
공교롭게도 5월 5일날이 장인어른 추도일이라 아침 일찍 부천 역곡을 가야한다고 한다.

사람은 비록 지금 가진 물질이 없어도 가족이 헤어지지 않고 한 지붕밑에서 함께 사는
그 자체가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깨닫지 못한다. 비록 내 소유 집도 없어 금년 6월에 집을
팔겠다는 주인집 전화통화에 가슴에 덜컥 내려안고, 차도 없어 집사람이 잠들어있는
청아공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어린이날임에도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쌍둥이자식들
어린이날 선물을 걱정하지만 그래도 한 지붕밑에서 한 솥밥을 먹으며 세 자식들이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는 행복하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물론 가난하다고 꿈까지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서는 안된다.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하며 살 것이다. 지금의 불편이 미래에는 편리함으로 바꾸도록,
지금의 부족함이 미래에는 풍족함으로 채워지도록 내 삶을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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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0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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