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양천문화회관에서 어떤 분의 강좌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분은 청소년의 상담을 해주시는 분이신데, 어느날

상담학생 중 어떤 아이의 얘기를 해주셨다. 그 학생에게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하니 돈을 많이 벌고 싶다했단다. 왜냐고 물으니

세상에서 돈으로 안되는 것이 없는 것 같단다.

이유가 있냐니까 그 학생이 중학생시절에 가게에서 물건을  훔친

적이 있는데, 아버지가 오시더니 대뜸 물건값의 몇배를 지불하고서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시더란다.

 

학생 자신은 물건을 훔쳤으니 단단히 혼이 나고 벌을 받을 것이라고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나타나시더니 모든 것을 해결해주시

더란다. 그래서 그 학생은 돈이 정말 좋은 것이구나! 잘못을 해도

용서를 구하지 않고 돈으로 해결하다니 정말 좋은 것이 돈이라고

생각해서 돈을 버는 것이 장래희망이요 꿈이라고 했단다.

 

그래서 그 강사님께서 다시 물으셨단다.

아버지가 그때 뭘 잘못하신건지, 먼저 무얼 하셨어야 했는지 아느냐고

하니, 자기를 그 가게주인에게 데리고 가서 먼저 빌고 용서를 구하도록

했어야 되는 것도 알고 있다고 하더란다.

 

그래서 자신은 늘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내심 알고 있지만,

돈으로 해결하니 편리하고 아쉬운 말을 안해도 되니 돈이 최고인

것 같아 돈을 벌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니 계속 반복되는 잘못을 하는 것이겠지.

상담교육을 받을 뭔 잘못을 하였기에 온 것일테고, 그 근본적인 바닥에는

아버지의 잘못된 교육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부모가 올바로 서야 한다.

백번 말로만 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고, 말을 했으면 반드시 실천하는

언행일치의 교육이 최고의 교육이다.

 

많은 지식과 넘치는 재산을 남겨줄 것이 아니라 올바른 생각과 남에게

피해주는 일을 하지 않도록 가정교육을 시켜서 내보내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며 도리일 것이다.

 

거창하게 자식을 위해서 뭔가를 하겠다고 우왕좌왕 하기 전에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익혀 주는 것이 제일 좋은 양육법일 것이다.

 

'내가 정말 알아야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로버트 풀검이

쓴 책이 생각나는 날이었다.

 

성현정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매월 4~5차례 적게는 2~3회 인이 기숙사로 반찬과 과일을 보내준다.

조금만 잘못먹어도 예민하여 바로 반응을 하니.....

 

어차피 대가족이다보니 매번, 매일 반찬을 많이 해야하고 양과 가지수도

적당히 해야하니 겸사겸사 하게되니 덕분에 음식솜씨도 늘게 되고....

 

오늘은 호박나물,콩나물, 가지나물, 숙주나물과 사과와 머루포도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준비해야한다.

그리고 멸치볶음,일미무침,계란말이와 전종류를 준비한다.

대략 10일여간 먹을 수 있는 양으로 준비한다.

 

담주부터는 중간고사기간이란다.

어제 3주만에 집에 왔다. 그동안에 과제며 쪽지시험이 너무 많아 집에

오지를 못했었다.

어제 끓여둔 추어탕을 몇봉지 마련하여 냉동실에 넣는다.

기숙사에 냉장고에다 반찬과 찌개류를 넣어두고서 제시간에 챙겨먹는다기에

메뉴가 하달(?)되면 나는 열심히 만들어 식한다음 찌개류는 냉동을 시키고,

한봉지씩 묶어서 한끼에 한봉지씩 유리냄비에다 해동시키고 전자레인지로

데워서 먹는단다.

다른 친구들은 보통 1회봉 짜장이라거나 컵에 들어있는 인스턴트음식들을

통째 데워서 한끼를 해결하거나 학교식당을 이용한다고 한다.

 

인이가 먹는 집음식들을 보고서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난다고한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면서 가끔 같이 먹으면서 친구들에게도 권하기도

한단다. 품을 떠나면 해주지 못할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삼촌들이 모두 하는 말, 아들들만 있던 집에 다 큰 딸 하나

생기니 너무너무 좋다고 ......

그야말로 고명달인 셈이다.

요즈음엔 학교에서 배운 건강상식, 의학상식과 평소 잊고 있었거나 몰랐던

새 정보들을 가르쳐주니 살림에 득이 된다.

자식이 어릴때는 언제 키우나 싶더니만 이렇게 크니 말벗도 되고 어미맘

이해하고  공감도 해주니 엄마에겐 역시 딸이 있어야 하나보다.......

 

성현정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가을비가 촉촉히 내린다.

새벽잠결에 사부작~사부작 내리던 비.

 

어느덧 가을이 온게지.

덥다덥다 하며 언제 가을이 올꼬 고대하고 더위를

원망했더니 그새 세월이 가을에 스며들어 긴팔옷을 입고,

이제는 따끈한 차가 좋아진다.

 

다섯자식을 슬하에 두니 본의 아니게 곤두서는 신경.

이제 또 한해가 문을 닫기에 바쁜 날들이다.

 

봄일때는 언제나 희망으로 까닭모를 벅참이 가슴을

채우고.....

올해는 무엇으로 인생을 채워볼까 하던 분홍빛 희망으로

넘쳐나던 봄빛하늘......

 

벌써 가을이 여름을 밀쳐내고, 깊은 생각을 많이 하라며

차분하게 갈색으로 산천을 물들여가고 있다.

 

둥지를 떠날 때는 두 날개를 활짝 펴고 훨~ 훨~ 높고 멀리

날아서 너 닮은 좋은 새를 만나 새 둥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어느날엔가 아이들에게 얘기한 적이 있었다.

 

어린 시절 둥지 속에서 보호를 받으며 사는 날만큼 스스로를

갈고 닦으며 한번에 날아오를 만반에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고개를 꺾고 뒤를 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새다.

라는 말이 생각나는 가을비 오는 아침이다.

 

비가 변하여 눈이 되기도 한다.

가을은 또 겨울에게 밀려서 잿빛으로 산천을 물들여 앙상한 가지만

덩그러니 남을 시간이 오겠지.

 

그 겨울은 앙상함만을 보이지만 그 속엔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지.

 

그래서 다시 봄이 오는 것이지.

 

나는 인생을 생각할때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그 영화에 나오는 내용과 영상을 생각하노라면 가슴이 시려온다.

맑은 영혼으로 나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만드는 내 머리속에 남아있는

장면......

 

가을비가 오는 날이면 모든 상념을 내려놓고 내 속으로 나는 걸어가고

있다.

 

성현정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 콩나무와 콩나물 ~

 

광야로 보낸 자식

 

콩나무가 되었고,

 

온실로 보낸 자식

 

콩나물이 되었네.

 

정채봉님의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중에서.

 

가을이 되니 문득문득 생각이 많아진다. 건강한가,

유쾌한가, 마음의 평화를 얻었는가 등등의 자문을

해본다.

 

자식이 많다보니 늘 분주한 일상이다. 변함없는 철칙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1. 자신이 해야할 의무를 먼저 행한다.

2. 자신의 의무를 우선 행한 다음, 자신의 유익과 권리를 주장토록 한다.

3. 자신의 건강을 지혜롭게 챙긴다.

4.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고, 그것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마음에 새겨

    실천한다.

5. 세상의 불의와 맞서듯 자신의 불의도 비겁하지 않게 정면으로 바라

    보면서 자신을 이길 줄 아는 용기를 가져라.

 

성현정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이렇게 하거라, 저러면 좋을 것을.....

이건 아닌 것 같구나, 요렇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

 

부모는 끊임없이 자식에게 조언을 하게 마련이지!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그럴 수도 있으려나......

 

그럼 이 나라는 누가 지키고, 다음 세대를 누가 이끌어갈 건가?

재혼하여 자식 다섯을 두니 언제나 시끌벅적하고 한가지

질문에 답변은 여러개를 듣는다 서로가.......

 

그래서 내 짝은 그것을 집단지성이라고 명명하며 다복함을 얘기한다.

큰아들 규, 둘째아들 혁, 셋째는 딸 인, 그리고 막내 쌍둥이들.

우리집은 늘 쌍둥이들의 럭비공같은 행동으로 연일 화제거리다.

 

나가있는 큰아들, 둘째, 셋째가 전화를 하면 첫마디가

"별일없어요?" 이다.

그말은 쌍둥이들이 별 짓 안하고 잘 있냐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내 짝도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전화를 걸어오면 늘 첫마디가

그말이니......

 

사람이 살다보면 자식을 키우다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기 마련이지.

지독히도 덥고 별났던 여름살이에 무탈하게 건강한 모습으로 커주는

자식들이 대견스럽고 가슴 뭉클하다.

 

미운말 한마디, 버릇없는 행동에 욱 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런 섭섭한 일상에서조차 부모라는 사실이 행복한 것은 희망

이라는 씨앗을 가슴에 품었기 때문이리라~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는 물을 주고 가꾸며 햇볕을 받게 하듯이

봄과 여름이 가면 열매를 거둬들이고 편안함을 맛보는 가을과 겨울이

반드시 옴을 믿기에 가슴 가득히 자식의 꿈을 같이 키워간다.

 

한순간 한순간, 하루하루가 모여서 한달이 가고 일년이 가고......

서로에게 맞추며 살아가고 그런 가운데에서 세상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니......

많은 실수와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은 그보다 더 많은 긍정적인

가능성을 가졌다는 것이라 믿어본다.

다섯자식을 둔 우리 부부는 행복한 부모다~~~!!

 

성현정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요즘 쌍둥이들이 알바를 한다고 제법 부지런해졌다.

저번주 토요일 처음 알바를 하고 저녁에 수고비를 받아서 귀가하였다.

작은 녀석 윤이의 반바지에 소금꽃이 피어 있었다.

 

부모의 노고로움이 어떤 것인지, 돈의 소중함, 가치로움을 알아보라고

했더니 알바를 하겠다고 했다. 알바자리도 알아서 구하고 둘이서 힘을

합쳐서 움직였다. 작년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일텐데 먼 곳으로 집을 떠나

있는 동안 형제의 소중함을 조금은 이해하고 서로를 인정해주는 과정을

지나가고 있는 듯하다.

중국에서 돌아온 이후 한번도 언성을 높히며 서로에게 화를 내지 않았고,

서로 협조하며 책을 같이 읽고 중국어 시험대비를 위해 단오외우기를 같이

하고 있다.

 

"여보세요! 전화주신 분요?"

"네? 누구세요?"

"거기 쌍둥이네집 아닌가요? 여기 ...인데요 알바를 하겠다고 전화를 하였기에....."

"네에~~~ 우리 아이들이 전화를 드렸나 봅니다. 저희집 아이들이 성실하고

체력도 좋습니다. 다만 싫증을 잘 내고 시간의 소중함이나 돈의 가치를 모르는

듯하여 교육차원에서 알바를 한번 해보라고 했습니다. 혹시 사장님이 괜찮으시다면 쌍둥이들에게 좋은 산교육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모동의가 필요한 거라면 동의서를 작성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네. 저는 20대초반입니다. 저도 중고교시절 공부를 소홀히 하였지만 어느날 깨우친 후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었고 제 스스로 이 가게를 열게 되었습니다. 제가

도움이 된다면 쌍둥이들에게 제가 겪은 일들을 얘기해주며 조언을 해보겠습니다!"

 

쌍둥이들이 알바를 할 곳의 사장님과 우연찮은 통화를 하게 되었고 나는 쌍둥이들을 맡겨보기로 하였다. 상세한 얘기를 하고서 나는 안심하고 아이들을

보내보자고 내 짝에게 얘기를 하였다.

 

시간이 아깝고 이 시간에 공부를 하는 것이 좋을 거란 갈등도 해보지만

소중한 경험은 두고두고 인생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기에 물통에 물을 얼려

현관문을 나서는 쌍둥이자식들이 알바를 나가는 날이면 나는 기도한다.

튼튼한 나무가 되는 과정을 잘 넘기게 해 달라고.....

 

성현정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따르릉~~~~~~ 아직 방학중인 쌍둥이 아들들이 거의 매일 전화를 걸어온다. 070전화끼리 무료이니, 언제든지 기숙사 전화를 이용하여 자주 안부를 묻곤 한다. 방학중엔 저녁에 있는 자율학습이 없으니 저녁식사후면 시간이 넉넉하니 특히 좋아하는 탁구를 아주 많이 배워서 실력이 늘었다고 한다.

막내 재윤이 나에게 시합을 붙자고 제의를 해왔다.
"저 이제 많이 늘었어요. 거의 매일 탁구를 치거든요. 집에 가면 엄마한테 도전하려구요!!"
"그래? 많이 늘었다구, 그럼 어디 한번 게임을 붙어보자꾸나! 내기할까?"
"네! 내기해요. 아마도 우리가 엄마아빠를 이길걸요!"
"그래, 좋다 얼마내기 할까?"
"5만원 내기해요!"
"좋아, 5만원 내기하자! 근데 니들이 지게 되면 한달 용돈이 날아가는데 괜찮겠냐?"
"에이....아마도 우리가 이길걸요! 자신 있어요!"
"어쭈~~~~~ 그래 열심히 나도 연습해두마 탁구 한판하자 만나면..."

중국유학을 가기 전에 교회에서 쌍둥이들과 나는 탁구를 몇번 친적이 있는데, 게임만 좋아하던 녀석들은 탁구를 힘으로만 칠려고 하니 매번 공이 쎄게 날아가버려 별로 잘 치지도 못하는 나에게 번번히 이기지 못하였기에, 내심 약이 올라있었던 터라.....몇번을 배드민턴으로 대항하기도 했다.

배드민턴은 내짝이 잘 치니, 그것도 둘이서 우리를 이길 재간이 좀 없었었는데, 이번에 만나 한판 하게 된다면 아마도 우리부부는 쌍둥이들에게 탁구든 베드민턴이든 지고 말 것이다.

쌍둥이 아들들이 매일 쑥쑥~~~ 건전하게 커주는 모습이 고맙고 대견스럽다. 거기다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개인정보 유출사건으로 중국에선 지금 게임 지원이 안된단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아이들이 컴을 켜도 별로 할 것이 없다보니 탁구와 농구등 체육생활을 많이 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얼마나 감사하든지.....

이래저래 감사함이 가득한 요즘.... 참 행복하다.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지난 10월25일 오후 7시경.(결혼 후 처음 맞는 내 생일)
'신목동역 출발했어요. 짐이 많아서 그러니 쌍둥이들 염창역으로 보내줘요!'
저녁밥을 준비하고 있으니 문자메시지 소리가 폰에서 울린다.

"너희들 아빠가 염창역으로 나오라시네. 짐이 있으신가봐. 카센터에 가셔서
수리 다 된 차도 찾으셔야 하신단다!"
".........."
"들었니? 어여 둘 중 아무나 빨리 나가거라, 신목동에서 염창역은 한 코스니 금방이다!"

방안에서 가위바위보 소리가 난다.
뭐지? 아빠 마중은 안나가고... 쌍둥이들 방을 들여다보니 한참 가위바위보 중이다.
"너희들 뭐하냐? 지금  내가 나갈 수가 없다. 가스렌지 위에 국을 올려놨거든. 어여 안가니?"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대답은 않고 계속 가위바위보 질이다.

또 속이 슬슬 달구어지려 한다.
"지금 뭐하는 거니?"
"누가 나갈지 가위바위보로 정하고 있어요. 재윤이가 졌는데 안나갈거라고 버텨요!"
"뭐!"
나의 두통이 또 시작하려 폼을 잡는다.
"벌써 역에 도착했겠다. 너희들 너무하는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빠가 짐을 가지러 나오라고 하시는 마당에 너희가 한가하게 이런 짓을 하고 있을 때냐?"

나는 가스렌지를 끄고 냅다 외투를 손에 들고서 총총히 3층에서 1층으로 걸어내려가며
핸드폰 시계를 확인한다. 역으로 가니 내 짝은 무거운 가방과 짐을 들고 자식들이 내려오나 엉뚱한 곳에서 아빠를 찿지는 않는지 싶어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있다.

내 짝은 쌍둥이들이 방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느라 나오지를 못했다니 퍽이나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어깨가 축 쳐진다. 우리는 둘이서 짐을 나눠들고서 근처 카센터로 가서 차를 찾고 주차장에 차를 제자리 놓고서 집으로 왔다.

쌍둥이들은 아직도 둘이서 씩씩~~대며 서로를 쳐다보며 그야말로 진짜 싸움같지도 않은 기싸움질을 하고 있다.
'오늘 저녁 밥을 굶길까보다 그냥 에고~~오!' 부글부글 속이 끓어서 한마디 하려고 하는데 내 짝이 먼저 소리친다.
"니들 내 자식 맞냐?  정말 이럴거냐? 오늘 정말 실망이다!"

저녁 식탁엔 내 짝이 사온 생일 치즈케익에 불을 켜고 가족이 마주보며 앉았건만
멋적은 정적이 흐른다. 오늘 만큼은 부모 속을 안 썩일거라, 아니 덜 썩이겠지 하던 기대가 무너졌다. 어김없이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하기 전에 또 사고를 치는 쌍둥이들.... 정말 부모하기 힘들다!!! 언제나 속을 차리고 부모 얼굴을 환하게 만들어줄꼬?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10월 중순 즈음 내 짝과 나는 일을 보고 오느라 귀가를 오후 8시경에 하게 되었다. 매일 집에서 하교시간에 맞춰 간식을 주어 학원 가는 것을 챙긴다.(아직도 챙겨줘야 하니 답답할 노릇이고 조금은 창피한 일...ㅠ)

그날은 마침 학원을 가지 않는 날이어서 집에 오면 하라고 아침 식사시간에 이것저것
얘기를 해주고 나갔었다. 하교 후 걸려온 전화....
"저요! 이번 중간고사 전교등수가 무지 올랐는데요. 계산기 어디 있나요?"
재명이가 아주 다급하고 들뜬 목소리로 소리친다.
"계산기는 왜?"
"정확하게 다시 계산해보려구요!"
"아빠 책상 위에 있을게다. 쓰고 제 자리에 두거라!"

좀 있다 다시 막내 재윤이도 전화가 온다.
둘이 이번 시험에서 예전보다 많이 향상되어 내심 기뻐하고 있던 터였는데, 기특하기도 하고 솔직히 자식이 시험 잘 보고 왔다는데 그것도 성적이 많이 올라 등수도 더 올랐다는 말에 뛸듯이 기뻤다. 일을 보는 중간 중간에 입가에 미소가 슬며서 흐르는 것이 꽤 기분이 업 되었다. 아마 내짝도 내가 슬쩍 귀뜸해 준 걸 듣고 내심 나보다 더 기뻐했을 것이다.
"그래! 조금만 기다리거라 곧 집에 도착할거니까 너희가 노력하여 얻은 것이니 엄마아빠도 아주 흡족하구나, 오늘은 엄마아빠는 밖에서 저녁을 먹었으니 가서 치킨이라도 시켜주마, 한문숙제 해두고 있거라!"

집에 도착하니 위풍당당한 두 녀석은 집에 마련해뒀던 간식은 손도 안대고 치킨 먹을
생각에 쭈~욱 기다리고 있었단다. 배가 고플 때 먹어야 치킨이 제 맛이고 꿀맛이라나.... 맛은 어찌나 잘아는지....ㅎ

얼른 지갑을 꺼냈다. 내짝도 나도 현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치킨을 살 만큼 남아있지 않아서 선뜻 카드를 주었다.
"이 카드는 생활비가 들어있는 것이니 치킨을 사면 곧장 집으로 오너라. 어지간하면 내가 나가서 현금을 찾아서 주겠건만 오늘은 일을 보느라 엄마아빠가 무지 피곤하니 너희 둘이서 가서 치킨을 사고 조심해서 챙겨오너라 믿어도 되겠지?"
"네! 걱정마셔요. 저희를 그렇게 못믿으시나요?"
뜨끔했다. 자식을 못믿는 어미의 속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듯... 평소에 믿음을 덜 준 녀석들을 행동 탓이기도 하지만.....ㅎ

치킨 집으로 간지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올 생각이 없나보다.
이상하네~ 우리 동네 치킨 집을 초벌로 튀겨놓았다가 주문하면 곧장 다시 바짝 튀겨주는 거라 거의 5분 안에 끝나건만.... 무슨 사단이 난게 틀림이 없다. 학교 앞이나 가게 입구에서 학생들이 사복을 입고서 학년에 관계없이 이래저래 돈을 뜯는다는 얘기들을 들은 바가 있은지라... 살살 걱정이 되어 나가보기로 했다.

치킨집 여사장의 말에 따르면 15분 후에 오겠다며 어디로 둘이서 가더라고 일러준다.
눈을 들어 맞은 편을 보니 간판이 PC게임방이다. 어이쿠~~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 냅다 그 PC방으로 달려갔다.

지하에 새로 생긴 아주 넓은 곳이라 일일이 어두운 불빛에서 녀석들을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 저기 저 구석에... 눈에 익은 두 녀석....씩~~~씨~~~ㄲ 난 화가 나기 시작하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지려 한다. 그런 줄도 모르는 두 녀석은 화려한 잠깐의 외출로 아주 신이 나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
"너희 둘 다 일어나!"
"..............."
"따라와!"
"..............."

말없이 집으로 따라왔다. 물론 치킨을 찾지 못한채로.....
현금이 없어 카드를 준 나 자신을 속으로 자책해 본다. 잠시 그 틈을 이기지 못하고 또 게임의 유혹이 도졌는지 앞서가는 녀석들의  뒤꼭지를 보니 한대 후려 쥐어박기라도  하고 싶고..... 혼이 난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날 저녁 우리 부부는 너무도 실망스러워 힘이 빠져서 축 늘어진 채로 저녁을 보냈다. 그렇게 거짓말 하지 않았어도 치킨을 사다 먹고 나면 기특하고 예뻐서 컴을 켜주고 비밀번호도 해제해 해줘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건만.....

그 다음날 누나인 인이가 물었단다.
"너희들 왜 그랬니? 엄마아빠가 얼마나 속상해 하시는지 아니? 어떻게 된거냐?"
라고 물으니 둘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치킨을 주문해 놓고 눈을 마주 보고서
냅다 게임을 하러 달려갔다는 것이란다. 아주 익숙한 모습으로...자신들도 빨려들어가는 듯 그렇게 행동이 되더란다. 그렇게 엄마가 찾으러 빨리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그때 진짜 간이 오그라들더라나~ 뭐라나~~

어이쿠.....!@ 지끈~지끈 두통이 또 시작이다.
"내 아들들 쌍둥이를 데려간 PC게임아 너 나좀 보자! 너 좀 나와봐 세상밖으루....!!!"
그날 후 나는 아직도 마음이 회복되지 않고 우울하다. 그렇게 여러 수십번을 다짐하고 용서를 구하고 또 거짓말 하고를 반복하고서도 아직도 게임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쌍둥이자식들이 너무도 걱정이다.
"PC게임아! 너 나 좀 살려주는 셈치고, 제발 내 아들들 더 이상 유혹하지 말고 그냥 두면 안되겠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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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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