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훈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

가을비가 촉촉히 내린다.

새벽잠결에 사부작~사부작 내리던 비.

어느덧 가을이 온게지.

덥다덥다 하며 언제 가을이 올꼬 고대하고 더위를

원망했더니 그새 세월이 가을에 스며들어 긴팔옷을 입고,

이제는 따끈한 차가 좋아진다.

다섯자식을 슬하에 두니 본의 아니게 곤두서는 신경.

이제 또 한해가 문을 닫기에 바쁜 날들이다.

봄일때는 언제나 희망으로 까닭모를 벅참이 가슴을

채우고.....

올해는 무엇으로 인생을 채워볼까 하던 분홍빛 희망으로

넘쳐나던 봄빛하늘......

벌써 가을이 여름을 밀쳐내고, 깊은 생각을 많이 하라며

차분하게 갈색으로 산천을 물들여가고 있다.

둥지를 떠날 때는 두 날개를 활짝 펴고 훨~ 훨~ 높고 멀리

날아서 너 닮은 좋은 새를 만나 새 둥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어느날엔가 아이들에게 얘기한 적이 있었다.

어린 시절 둥지 속에서 보호를 받으며 사는 날만큼 스스로를

갈고 닦으며 한번에 날아오를 만반에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고개를 꺾고 뒤를 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새다.

라는 말이 생각나는 가을비 오는 아침이다.

비가 변하여 눈이 되기도 한다.

가을은 또 겨울에게 밀려서 잿빛으로 산천을 물들여 앙상한 가지만

덩그러니 남을 시간이 오겠지.

그 겨울은 앙상함만을 보이지만 그 속엔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지.

그래서 다시 봄이 오는 것이지.

나는 인생을 생각할때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그 영화에 나오는 내용과 영상을 생각하노라면 가슴이 시려온다.

맑은 영혼으로 나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만드는 내 머리속에 남아있는

장면......

가을비가 오는 날이면 모든 상념을 내려놓고 내 속으로 나는 걸어가고

있다.

성현정

베니스 영화제에서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감독이 10월 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 '중앙예술의 집'에서 열린 국제독립영화제'투모로우(2morrow)'에 참석해 현지 언론인 및 영화인들과 나눈 대화 중에서. 독립영화제 '투모로우(2morrow)'는 저예산 독립영화의 세계적 조류를 소개하고 예산에 구속받지 않는 독립영화의 전망을 넓힌다는 취지로 매년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로서 올해 6회째이다.

(현지 언론인 약 30명들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영화가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에서 큰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한국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벗어나 인간의 보편적 문제와 가치, 고민 등을 새롭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다루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엔 영화뿐 아니라 문학 분야에서도 굉장히 위대한 나라인 만큼 자신의 영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른 나라 관객들과 차이가 난다. 다른 유럽인들이 제 영화를 머리로 받아들인다며 러시아인들은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예산 부족은 문제가 아니다(No budget - no problem)'는 주제로 열린 매스터클래스에서)
"누군가가 돈을 대서 투자하면 그 사람의 의견을 들어줘야 하고 그 사람이 원하는 개념대로 영화를 찍어야 하기 때문에 감독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기가 쉽지 않다. 적은 돈으로라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영화를 찍는 것이 중요하다"

올가 디호비츠나야(투모로우 영화제 감독)의 말

"인간 심리에 대한 보편적 언어를 담은 김 감독의 작품은 항상 용감하고 독립적이며 때론 도발적이다. 영화인들이 큰 돈이나 큰 스튜디오, 후원자 등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재능에만 의존해 영화를 만들도록 장려한다는 우리 영화제의 취지에 가장 잘 맞는 감독이라 그를 초대했다"
"김 감독의 작품은 러시아 비디오 매장 어디를 가나 많이 진열돼 있을 만큼 러시아인들에게 아주 인기가 높다. 그같은 거장을 우리 영화제에 초청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영광이다."

<연합뉴스 2012.10.7 기사 중에서.....>

어젯밤 모 케이블TV에서 방영하는 김기덕감독의 '풍산개'를 보았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저런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구나. 김기덕감독의 작품을 보면 사람들에게 잘하면 되는데, 방법을 알면서도 서로 믿지 못하고 고집을 피우며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인간들을 일깨우는 안타까움이 있다. 

후반 부분에서 거물탈북자의 고민, 북한 정보요원의 배고픈 현실(김규리가 찬 다이아반지와 목걸이를 버리라고 하자 팔아서 쓰자고 건의하는 정보요원들, 그런 현실을 알면서도 자신은 김정일을 배반할 수 없다는 팀장, 목걸이와 다이아반지를 강제로 먹이게 하여 나중에 김규리가 죽자 김규리 시신에서 배를 갈라 목걸이와 다이아반지를 꺼내 그 돈으로 룸살롱을 가서 양주를 먹는 모습), 남측 정보요원은 탈북여성들과 북측 정보요원은 남측 여성들과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 마지막 부분에서 남북 정보요원들이 서로 총구를 겨누며 대치하면서 서로 믿지 못해 먼저 총을 내려놓으라고 고집하는 모습, 전등을 총으로 쏘아 어두워지니 서로가 요령껏 자리를 피해가는 모습....

평화적인 남북통일이라는 큰 방법이 있음에도 서로 자신들의 방법으로 통일을 하자고 대치히는 현 남북관계 모습을 그대로 비유하고 있다. 하부 조직에서 벌어지는 권위와 불신, 이유도 모르고 불신하고 대립하는 모습을 통해 답답한 남북관계의 진실을 생각하게 한다. 피에타도 조만간 꼭 보고 싶다.

카페지기 김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