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요즘 배가 너무 나왔어요?"
"아빠 운동 좀 하셔야겠어요"

요즘 쌍둥이들이 나만 보면 운동을 하라고 채근한다. 하긴 내가 보아도 중부지방이 너무 늘었다. 작년 11월부터 강의준비다, 책을 쓴다는 핑계로 쉬는날 제대로 쉬어보지도 못하고 책상 앞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운동 또한 자연스레 소홀히 하게 되었다. 체중계에 올라서면 가르키는 숫자가 71이 훌쩍 넘는다. 헉~~ 내 몸이 언제 이렇게 됐지? 작년에만 해도 69킬로와 70킬로 사이였는데....

중대결심을 하고 쌍둥이 두 녀석들을 방으로 불러들였다.
"명아윤아! 아빠란 약속을 하자"
"무슨 약속이요?"
 "음~ 아빠가 연말 안에 69킬로그램까지 체중을 줄일테니 너희는 반에서 1등을 하는 거다. 할 수 있겠니?"
"........"
"그러면 아빠가 약속 하나를 더 할께"
"뭔데요?"
"다음 이사를 갈 때는 아빠가 집을 사가지고 이사하는 것으로 할께. 약속할 수 있겠니?"
"네"

그제서야 녀석들도 대답을 한다. 말이 그렇지 4개말만에 2.5킬로를 어찌 살을 뺄 것이며, 1년 9개월 뒤에는 어찌 집을 장만할 것인가? 그래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나가야 할 목표를 확고히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행동으로 옮겨 실천하다보면 불가능히게 보였던 일들도 어느새 이루어진 것을 많이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부터 저녁을 먹고 우산하나를 들고 호수공원으로 나선다. 비가 온 뒤라 후덥지근하다. 2003년에 인도네시아 발리를 갔을 때 느꼈던 아열대성 기후와 흡사하다. 걷는 도중에 간간히 비도 내린다. 비가 오는데도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명아윤아~ 아빠는 너희와 약속한 2010년말까지 69킬로 체중 약속, 꼭 이루고야 말거야~ 그러니 너희도 아빠와 한 약속 잘 지켜! 알았지?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일요일 정발산을 오른다.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1년 6개월동안 베란다에 쌓아두었던 신문 스크랩을 마치고 나니 허리가 끊어질 것 처럼 아프고 눈도 쓰라리다. 장모님도 일요일 아침에 깨끗히 치워진 베란다를 보시더니 "십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것 같네"하신다.

그동안 신문 때문에 참 많이도 시달리며 살았다. 그냥 버리던가 아님 매일 조심씩이라도 했었으면 이런 고통을 받지는 않았으련만 게으르고 미련한 내자신이로고... 몸과 마음이 힘들고 외롭고, 울적할 때마다 나는 정발산을 오른다. 정발산은 내 지친 심신과 영혼을 정제해주는 곳이다.

저녁 해는 떨어져 날은 어둑어둑한 시간이건만 뻐꾸기 한마리가 애처롭게 울어댄다. 저 뻐꾸기는 밤이 되었는데도 왜 저리도 목이 터져라 울어제길꼬? 낮에 떠난 님을 애타게 부르는 소리일까? 황량하고 거친 도심 속에서 떠나간 짝을 찿는 외침일까? 저 뻐꾸기도 나처럼 짝이 먼저 하늘나라에 간 걸까?

2주전까지만 해도 코끝을 진동하던 아카시아 향기도 이제는 다해서 바닥에 시들어진 꽃잎만 무성히 쌓여있다. 그래 花無十日紅이지~ 핀 꽃도 언젠가는 지고, 사람도 만나면 헤어지고,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는 법이지.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너무 일찍 헤어졌기에 아픔과 슬픔은 크다. 함께 했던 시간에 더 잘해줄껄~ 지난 시간을 후회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자명종시계의 시계바늘은 얼마든지 과거로 되돌릴 수 있지만 시간만은 되돌릴 수 없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성공한 자와 실패한 자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 시간이다.

헬쓰장에서 20분 정도 운동을 한다. 땀 냄새를 맡고 덤비는 산모기 때문에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오늘따라 손수건을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불편하다. 평소 별 쓸모없이 생각되던 물건들도 없으면 아쉬운 법이다. 서둘러 반대편으로 내려가 마두약수터에서 세수를 한다. 아직도 수질이 식수에 부적합이다. 부적합 판정글씨를 보니 더 갈증이 난다. 아람누리 공연장을 지난다. 불과 몇년전만해도 이곳은 김기인 전 KBS국장님이 주말농장을 했고 김장용 배추를 얻기 위해 자주 왔던 곳이다.

아람음악당에서는 슈만 실내악시리즈1 '슈만과 클라라의 연가' 공연이 열리고 스피커를 타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온다. 일산에 이런 훌륭한 문화시설이 자리잡고 있는데도 아직 한번도 공연을 보러 가지 않았으니 나도 어지간한 문치인 셈이다. 아까 약수터에서 흘러나온 물이 꽤나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흐른다.

롯데백화점 앞 육교를 건너는 순간 고요함과는 완전 딴판인 화려한 네온싸인과 더불어 욕망과 사람들의 말초를 자극하는 소비와 향락문화가 즐비해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호수공원을 지나는 길바닥에는 안마방을 선전하는 찌라시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미관광장은 청소년들이 자주 놀러오는 곳인데 경찰은 길거리에 이런 낮뜨거운 전단을 마구 뿌리는 사람들을 단속않고 뭘하고 있는 걸까? 호수공원에는 어둑어둑한데도 산책과 운동을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내 눈에는 부부가 함께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이 가장 부럽다. 호수공원을 반바퀴 돌고 서둘러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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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0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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