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지난주 회사 지인들과 식사를 하면서 내가 재혼하여 자식이 늘어난 것이 잠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내가 아들 셋에 재혼을 하면서 아들 하나, 딸 하나가 더 늘었으니 자식만 다섯이 되었다.
회사마다 자녀수 많은 직원에게 다자녀 포상을 늘려가고 있으니 세월의 변화가 느껴진다. 1988년 결혼하여 큰애 하나만 낳고 그 이후는 자식을 가질 마음이 없었다. 아버지 형제가 5남 2녀, 내 형제가 5남이다보니 아버지는 동생들과 자식들 뒷바라지에 너무 고생을 많이 하신 탓에 결혼식을 올리고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간 자리에서 아버지는 나와 아내에게 자식을 둘 이상 낳으면 나를 호적에서 파버리겠다고까지 하실 정도로 자식 많은 것에 넌덜머리를 내셨다.
1997년 11월 쌍둥이자식을 낳고 아내가 가족수당을 받기 위해 회사 경리부에 부양가족 신청을 하러 갔는데 자식이 셋이라고 신청을 하니 경리부 직원이 마치 야만인을 보는 듯한 눈길로 쳐다보는 바람에 창피해서 혼났다는 말을 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를 지나 고령사회를 향해 가파르게 달려가고 있고 이제야 정부는 허둥지둥 각종 출산장려책을 내쏟고 있지만 효과는 별로 신통치 않다.
지난 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행한 보건ㆍ복지 이슈 앤 포커스에 실은 '한국인의 자녀양육 책임한계와 양육비 지출 실태'에서 지난 2009년 기준으로 출생 후 대학졸업까지 자녀 한 명에게 지출되는 총 양육비가 2억6천204만4천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기에 대학을 나와도 변변찮은 일자리도 부족하여 부모가 오히려 나이든 고등실업자인 자식을 부양해야 하는 역전된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가와 지자체, 기업들이 아무리 수당이나 출산비용을 보조해 준다고해도 자녀 한명에게 들어가는 돈이며 수고, 마음고생, 시간투자의 벽을 넘지 못한다.
모 회사에서 가정의달에 자녀수가 많은 직원을 포상하기 위해 자식이 넷 이상인 직원을 조사하니 딱 두명이었다고 한다. 그중에서 한 명은 같은 부모이고, 다른 한 명은 재혼으로 인해 자녀가 는 경우였다고 한다. 당시 자리에 함께 한 직원들이 "회사가 자녀 한명을 더 낳으면 1000만원을 준다고 하면 과연 직원들이 자식을 더 낳을 것인가?"를 놓고 의견을 물으니 다들 이구동성으로 안낳겠다고 했다. 1억원을 준다해도 더 이상 자식은 낳지 않겠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직원(모인 사람들 중 여직원이 셋이었다)들 모습에서 공허한 출산장려제도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두 달 전 조사한 어느 기업의 출산장려제도는 신선했고 상위클래스였다. 그 기업은 장학금으로 자녀 1인당 고등학교는 연 200만원, 대학교는 연 700만원을 지급하고 있었고, 자녀수에 따라 첫째는 5살부터, 둘째는 3살부터, 셋째부터는 낳자마자 연 600만원씩의 자녀양육수당을 지급하고 있었다. 여기에 출산장려금으로 첫째는 30만원, 둘째는 100만원, 셋째는 500만원을 일시 지급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그 직원의 얼굴에서는 행복함과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도 회사에서 부양가족에 대한 자녀수 제한을 풀어준 것은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한 조치로 생각된다.
카페지기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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