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막내 재윤이가 영재반 숙제로 곤충채집을 하러 풍동에 있는
산으로 갔다가 한참 독기가 올라있는 산모기에게 팔이며 다리에 수십군데
더덕더덕 헌혈을 해놓고 왔다. 팔이며 다리가 부어있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일요일에 주일예배를 마치고 백마공원에서 못다한 곤충채집을 한다고 하기에
하라고 허락을 해주었더니 다시 풍동으로 가서 여기저기 부어있는 팔이며 다리
빈자리에 마저 헌혈을 더하고 왔다. 문제는 재명이형까지 데리고 가는 바람에
재명이는 학원 영어특강까지 빼먹어버린 것.
월요일에 학원 영어선생님께 전화가 걸려와 죄송하다고, 자식에게 잘 타일러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하고... 쌍둥이들은 병원에 들러 주사맞고
파스에 연고를 사다가 팔다리에 바르고 난리가 났다. 제 몸들은 끔찍히도 챙기는
녀석들인데 그 많은 부위 모기에 물리고서도 신나서 까부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다. 그러니까 애들이겠지....
점점 고집이 쎄지고, 자기주장이 강해져가는 녀석들.... 애비와 장모님, 큰 형
모두를 힘들게 한다. 아직도 어린애들처럼 좌충우돌하며 개구장이 짓을 한다는
것은 아직도 녀석들이 순수하고 마음속에 상처가 없고 구김이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창의성은 강제적인 분위기가 아닌 저런 순수하고 자율적인 터전 위에서
싹을 띄우기 쉽다.
그러나 뒷바라지를 해야 하고, 양육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힘들다. 하루종일
준비물 챙겨라, 숙제는 있니? 없니? 옷 갈아 입어라, 학교에 다녀오면 손 씻어라.
잔소리를 해야 하고, 뒷 치닥거리 하기에도 바쁘고.... 하루빨리 철들기를 바라지만
그게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그저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
마치 곡식이 봄바람과 여름의 작열하는 뙤약빛, 폭우를 맞으며 자라 가을에 비로소
꽉찬 알곡을 맺듯 시간이 흐르고 때가 되면 녀석들도 철이 들고 애비가 바라는
성숙하고 창의적인 한 인재로 자라나겠지...
쌍둥이아빠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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