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에게 간절히 얻고자 하는 것이 있거나 상대방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일단은 몸을 낮추고 예의를 갖추는 것이 유리하다. 도와줄 것인지 아닐 것
인지는 일단은 가진 자의 마음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사내근로복지기금 업
무를 하면서도 이런 아쉬움을 많이 느낀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원하는 사항에 대한 답변을 해달라, 자신이 필요한 사내근로
복지기금에 대한 자료와 정보를 내놓으라고 큰소리치고, 왜 자료를 주지 않
느냐고 일방적으로 큰소리로 따지듯 자료를 내놓으라고 하면 두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가도 싹 달아나버린다. 회사에서는 회사가 대기업이고 공기업
이라 우월한 위치에 있어서 하청업체나 하도급업체에게 그런 일방통행 방식
이 통할지 몰라도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는 정부 기관도 아니고 내 순수한
열정과 자비로 설립한 사설 연구기관이기 때문에 응할 하등의 의무도 없다.
또 한가지 불쾌한 사항은 법을 지키지 않았을때, 처벌을 받는지, 실제 받은
사례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회사인지 알려달라는 황당한 질문을 하는 경우
이다. 이와 관련하여 상담받은 구체적인 사례이다.
"수익금이 바닥이 나서 더 이상 목적사업비 집행이 어려운데, 회사에서 출연
을 해주지 않는다면 어찌되나요?"
"기본재산을 잠식하게 되므로 처벌대상입니다"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요?"
"근로복지기본법 제97조에 의거 기금법인의 이사에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명시되어 있습니다"
"정말 그런 처벌을 받나요? 실제 처벌받은 회사가 있나요? 어느 회사인가요?
회사 이름을 알려줄 수 있나요?"
"그게 왜 궁금한가요? 그런 질문을 하기 이전에 법과 원칙을 지키면 그런 걱
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요?"
"실제 처벌을 받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요"
"해당지역 고용노동지청에 직접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것을 어떻게 물을 수 있어요?"
"그럼 왜 저에게 질문하나요? 처벌을 내리는 사람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님
인데....."
"일단은 위 상사분이 정말 기본재산을 쓰면 처벌받은 사례가 있는지 알아보라
고 해서요, 처벌받은 사례가 없다면 굳이 법을 지킬 필요는 없잖아요? 회사도
어려운데 일단 기본재산을 쓰고 나중에 회사 사정이 나아지면 그때 출연하면
되잖아요, 안그런가요?"
통화를 하다보면 상사는 무섭고, 법은 가벼이 여기는 사람들의 사고에 나도 모
르게 화가 난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이 법정외 기업복지제도이
니 가급적 노사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라고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주려 노력하
는데 이런 주무관청을 시험하려 들고 법을 우습게 여기는 일부 기업체 실무자
들의 생각에 어이상실이 된다. 연말 연초 결산교육에 참석한 일부 기금실무자
들은 기본재산을 잠식해놓고도 회사가 경영이 어려워서 출연해주지 않아서 그
랬는데 뭐가 문제냐고 태연자약하다. 수익금이 부족하면 목적사업을 중단했어
야 하는데, 그러면 근로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안된단다. 정말 사내근로복지기금
은 법과 원칙대로 제대로 집행되었으면 좋겠다. 이러다간 법을 잘 지키는 기업
과 사람들만 바보가 되기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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