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시 통근버스를 타고 오는데 쌍둥이들 학원 수학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렇게 매주 한번 이상 학원생들의 학습성취도나 학원생활
및 근황을 자세히 주기적으로 알려주니 학부모들은 많은 도움이 된다. 이제는
학원도 경쟁이 심해 이런 상담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아버님! 재명재윤이 학원 수학선생님 입니다."
"안녕하세요? 녀석들이 요즘 말썽이나 부리지는 않는지요?"
"많이 좋아졌어요. 재명이는 차분하여 한번 가르쳐주면 꼼꼼히 실수를 하지
않고 문제를 잘 풀어나가는데 재윤이는 건성이라서 자주 틀리고 오늘 많이
혼냈어요"
"선생님 말을 잘 안듣거나 잘못하면 많이 혼내주세요"
"네, 그럴께요. 참, 다음 주에 학원 월말 평가가 있는데 알고 아시죠?"
"네, 애들이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런데 재명이와 재윤이는 이상해요. 다른 학생들은 시험을 본다고 하면
다들 스트레스를 받고 얼굴을 찡그리고, 기가 푹 죽는데  재명이와 재윤이는
신이 나서 전의를 불태워요. 그리고 재윤재명이가 매일 아빠 퇴근하시는데
버스정류장까지 마중을 나간다면서요. 좋으시겠어요"
"아, 예..."

방학동안 매일 아빠 퇴근할 때 마중나간다는 것을 녀석들이 금새 선생님께
말한 모양이다. 하여간 비밀이 없다는 것은 녀석들이 아직도 순수하고 구김없이
자라고 있다는 뜻일 게다. 시험이라면 전의를 불태우는 이유가 있다. 지난 5월부터
용돈을 주면서 기준을 정했는데 기본 만원에 학교 기말평가나 학원 월말시험 때
성적에 연계하여 인센티브 용돈을 주기로 약속했다. 성적은 곧 용돈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녀석들이 기를 쓰고 열심히 한다.

학원에서 5학년 상위반 12명 학생 중에서 영어, 수학, 국과사 세 과목에서 각
과목에서 1등을 하면 이천원씩을 더 주기로 했다. 시험과목이 세 과목이니 전
과목에서 1등을 하면 한달 용돈의 절반을 더 받을 수 있다. 불과 몇달전만해도
할머니 지갑에서 몇만원도 꺼내 헤프게 쓰던 녀석들이 이천원에 기를 쓰는 것을
보면 이제야 자신의 노력으로 정당하게 받은 돈의 가치를 느끼는 듯 보인다.

그리고 과목 1등을 하면 이름이 학원의 교실 벽에 걸리고 자신이 용돈도 받고
자부심도 느껴지니 더 분발하는 것 같다. 3주전에는 주변 어려운 이웃의 사정을
방송하는 KBS 1TV프로 '사랑의 리퀘스트'를 보고나서 큰애와 재명이가 내
핸펀번호로 두통화 후원전화를 했다고 각각 천원씩을 내민다. 열심히 모은 돈으로
식충식물과 화초를 사서 키우고 사랑의 리퀘스트에 성금도 내는 재미에 녀석들이
푹 빠져 있다.

반면 쌍둥이다보니 둘이 지나치게 경쟁을 하는 바람에 걱정이 된다. 서로 학원에서
장난치다 혼난 일, 수업시간에 졸다가 혼난 일, 숙제를 해오지 않아 선생님께
야단맞은 일, 친구와 싸운 일 등 세세한 것까지 집에 와서 고자질하는 바람에
자칫 두녀석들끼리 감정의 골이 깊어지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타일러도 아직은 고집을 꺾지 않는다.

조금 더 자라고 철이 들면 괜찮아지겠지... 철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사는
지금의 이 모습이 행복이겠지.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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