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저녁무렵, 전날 여독이 덜 풀려 소포민속전수관에서 자고
있는데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지금 고기를 굽고 있으니
우리 창고 앞으로 오란다. 시간을 보니 저녁 6시.... 저녁을 먹으로
갈 시간이 되어 둘째와 막내를 깨워 앞장세우고 창고 앞으로 갔다.
창고 앞에는 이미 마을 형들이며, 친구, 동생들, 마을동생 다섯이
숯불을 피우고 애돈을 굽고 있었다. 씨멘트블록으로 의자를 하고,
비닐포대는 깔개가 되고.... 새깨 돼지고기 중에서 유돈부위(암돼지
가슴살)가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새우는 친구. 바람이 불어
내가 가는 방향으로 바꾸 불길과 연기가 온다. 연기를 피해 구운
돼지고기를 몇점 먹는데 맛이 일품이다.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자연스럽게 합석이 되는 넉넉한 시골 인심이다. 누구네
고기인지 묻고 따지지도 않는다. 그냥 그 순간을 즐긴다. 신세를
지면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갚는 것이 시골 인심이다. 밤이 깊어지며
술자리는 취기와 함께 더욱 정겨워진다.
덕분에 친구와 형들과 소주 몆잔과 주고니 받거니 하다보니 나도
취한다. 50분정도 있다가 저녁 먹으라는 부모님 성화에 못이겨
집으로 와서 저녁 식사를 했다. 명절에는 온 가족들 식사시간
맞추기가 힘들고 전화를 해야 겨우 온다고 부모님이 속상하다며
짜증을 내신다. 우리집은 어머니 빼고는 죄다 남자들이라
어머니가 음식상을 준비하는데 너무 힘들어하신다. 너무 죄송하다.
동생들에게 빨리 결혼하라고 성화이시지만 요즘같은 시기에
결혼이 그리 쉬운 일인가? 번듯한 직장이 있어야지, 어느 세월에
돈을 모아서 비싼 집을 장만하며, 애를 낳아서 키우랴~~~
이래 저래 노총각 자식을 둔 부모님의 근심은 늘어만 가고.....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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