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들이 진즉부터 휴대폰을 사달라는 걸, 안된다고 너희는 어리고 물건도 자주 잃어버리니 관리가 안되고 아빠도 통신비 부담이 되니 너희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그때 졸업기념으로 사주겠다고 꿋꿋하게 버텼다.

녀석들 졸업식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제는 꼼짝없이 사주어야 하는 형국이 되어버렸네. 녀석들은 작년 12월초부터 아예 휴대폰~ 휴대폰 하며 입에 휴대폰 소리를 달고 산다. 아침에도 "아빠, 요즘 공짜폰이 나왔데요", "아빠, 아주 마음에 드는 휴대폰을 찍어 놓았어요"... 하루라도 빨리 휴대폰을 사기 위해 나를 향해 끝없이 반복하여 세뇌를 시켰다.

막내 윤이는 지난 12월초 나에게 오더니 협상을 하잔다. 지금 휴대폰을 가주면 3개월치 용돈을 포기하겠단다. 용돈을 자신의 피보다도 더 아끼는 녀석들인데 그걸 포기하겠다니 어지간히 휴대폰이 갖고 싶었던 모양이다.

올해 들어 스마트폰이 어쩌고, 안드로이드폰이 어떻고 재잘거린다. 그저 새로운 휴대폰이 나왔구나 하며 애써 외면하고 넘어가려는데, 큰애가 어짜피 휴대폰을 사주시기로 약속을 했으면 지금 사주는 것이 좋겠단다. 큰애가 컴이고 휴대폰같은 데는 일가견이 있어 내가 전권을 주고 있는데 큰애가 사주는 것이 좋겠다고 하니 꼼짝없이 사주게 생겼다.

큰애에게 알아보라고 했더니 녀석들은 미성년이어서 부모 이름으로 가입을 해야 하는데 나는 개인회생이라 신용이 좋지 않아 가입이 어려울 것 같다며 자신의 이름으로 둘을 가입시켜 보겠단다. 큰애도 대학생이고 대학학자금을 융자받은 기록이 있어 결국은 재명이 한명만 가입이 되고 재윤이는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결국은 처형의 도움을 받아 오늘 가입을 했다. 역시 이모는 편한 존재인가 보다. 아내가 하늘나라에 간 이후 처형이 일주일에 한번씩 들러 장모님 말벗도 되어 드리고 큰애며 쌍둥이들 맛있는 것도 사주고 용돈도 챙겨 준다.

우선은 공짜폰이라 기기구입에 돈은 들지 않았는데 이번 겨울 모자며 장갑 숱하게 분실한 녀석들인데 휴대폰은 분실하면 안되는데, 휴대폰에 정신을 팔려 공부를 등한시하면 안되는데....사주고서도 마음이 놓이지를 않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재윤 : "아빠에게 꼭 드릴 이야기가 있어요."

나 : "뭔데?"

재윤 : "아빠 꼭 들어주셔야 해요"

나 : "그거야, 아빠가 윤이 이야기를  들어보고 판단해야지"

재윤 : "저, 아빠가 들어주신다면 라페스타 가는 것도 포기할 수 있어요"

나 : "그래?"

재윤 : "그리고, 중간고사 성과급 28,000원 포기할 수 있어요"

나 : "......"

대체 뭘까? 중간고사를 보기 한달 전부터 그렇게 허락해 달라고 목을 매며 부탁하던 친구들과 라페스타에 가서 노는 계획도, 피같이 생각하는 중간고사 성과급 28,000원 용돈을 받는 것도 포기하겠다는 그 것이... 점점 궁금하지만 내심 녀석의 작전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재윤 : "그건.....아빠가 저희 중학교에 들러가면 휴대폰 사주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나 "그랬지"

재윤 : "그 휴대폰을 지금 사주시면 안되요?"

나 : "음~~~ 왜 지금 휴대폰이 갑자기 필요할까? 아빠에게 지금 휴대폰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아빠를 설득해 보렴. 아빠가 재윤이 말을 듣고 생각해 보마"

재윤 : "첫째는 학원 영어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휴대폰으로 영어단어 뜻과 영어단어를 빨리 찿으라고 하시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영재반 친구들과 자주 연락을 해야 하는데 제가 휴대폰이 없으니까 서로 연락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요"

나 : "학원수업시간에 휴대폰으로 영어사전을 찿으라고 하시니? 사전으로 찿아보면 되잖아?"

재윤 : "영어사전을 가지고 다니려면 가방이 무겁고 한글로 영어단어를 찿아야 할 때도 있거든요?"

나 : "음~~~ 글쎄. 그건 아빠 혼자서 결정하기 어려우니 할머니랑, 형아랑 상의한 후 결정하여 알려주마. 그러면 되겠지?"

녀석들이 3년전부터 휴대폰을 사달라고 매달리는데 중학교에 입학하면 사주겠다고 꿋꿋하게 지켜왔다. 다른 애들은 휴대폰이 있는데 녀석들은 없으니 불편하겠지... 그렇지만 지금 휴대폰을 사주면 게임하고 가지고 노느라 관리가 안될텐데, 그렇다고 무한정 휴대폰을 안사줄 수는 없는 일이고... 지금 녀석들에게 휴대폰이 꼭 필요할까? 그리고 사주어야 한다면 언제 사주어야 하나? 새로운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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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0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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