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온다.

재윤 : "아빠, 오늘 통닭 한마리 사주세요"
나 : "왠 통닭?"
재윤 : "내일 영재반 멘토링 수업이 있는데, 제가 준비물로 닭 한마리 통뼈를 가져가야 해요"
나 : "끙~~ 알았다"

퇴근하여 집으로 오는 길에 치킨집을 들러 통째로 튀긴 닭을 사려니 없단다. 프랜차이즈 본점에서부터 아예 치킨재료가 네토막으로 잘려서 나온다고 한다. 몇군데를 들러 겨우 한 집에서 통으로 된 훈제치킨을 살 수 있었는데 일반 치킨보다 가격이 비쌌지만 두 녀석이라 두 마리를 사가지고 왔다. 녀석들을 키우면서 몸에 밴 항상 두개씩 사던 습관이다.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학원을 들렀더니 원장님 얼굴에 스트레스가 쌓여있다.
원장님 : "재윤 아버님, 오늘 재윤이와 상담을 했어요"
나 : "무슨 일이죠?"
원장님 : "어제 영어수업 시간에 내일 국과사 시험 때문에 자습을 하도록 배려해 주었는데 재윤이가 오늘도 자습하게 해달라고 선생님께 이의를 제기하고 따졌다고 합니다. 요즘 재윤이가 사춘기라 자기주장이 강해서 잘 따지곤 합니다"
나 : "제가 재윤이와 대화를 해보겠습니다."

백마공원을 지나 걸어오면서 재윤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 : "오늘 시험 잘 보았니?"
재윤 : "네, 잘 본 것 같아요"
나 : "재명이는?"
재명 : "저도 잘 보았어요"
나 : "그래 다행이다. 아빠가 무척 궁금했는데... 그런데 오늘 원장님이 재윤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시던데 무슨 일이 있었니?"
재윤 : "아빠! 저, 무지 억울해요. 제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거든요. 옆에 있던 친구 **가 수업시간에 그런 말을 했는데 영어선생님은 제가 그런 말을 한 것으로 오해를 하고 계세요. 원장님께 가서 사실대로 말하려고 해도 원장님도 제가 자꾸 변명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계세요. 저, 정말 안했거든요. 저 진짜 억울해요"
나 : "정말, 재윤이가 그런 말 안했니? 아빠에게는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야 돼"
재윤 : "네, 맹세해요. 저, 정말 그런 말 안했어요"
나 : "그럼 됐다. 아빠는 우리 재윤이 말을 믿는다. 됐지?"
재윤 : "네"

그제서야 얼굴이 환해지는 녀석. 집에 도착하여 치킨을 꺼내 보여주며 한마리를 먹으라고 했더니 얼굴이 더욱 밝아진다. 하긴 한달전부터 '치킨이 먹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녀석들이다.

재윤 : "와~~ 비싼 **치킨이네. 아빠! **치킨은 비싼데 그냥 싼 일반 튀김치킨으로 사오셔도 되는데 이런 비싼 치킨을 사오셨어요?"
나 : "재명이와 재윤이는 커서 우리나라 큰 리더가 될 사람들인데 아무것이나 막 먹일 수 있나"
 
같은 말이라도 상대에게 힘을 솟게 하고 희망을 주고 자긍심을 주는 말이 있고 상대를 절망에 빠뜨리는 말이 있다. 똑같은 상황에서 나는 쌍둥이자식들에게 희망과 자긍심을 심어주며 신뢰와 사랑을 느끼도록 해주고 싶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달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