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대학원수업 참석 중 후배로부터 퇴직하신 선배님이 본인상을 당하셨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수업을 마치고 부랴부랴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경건해지며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나는 지금 바르게 살고 있는지 나 자신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우리에게 죽음은 길고 짧음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에게나 예정되어 있다. 삶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러고 보면 사람에게 가장 공평한 것이 죽음인지 모른다. 아무리 돈이 있다고 해도, 권력이 있다고 해도 결코 죽음과는 바꾸지 못한다.
선배님을 마지막으로 뵌 것이 1년전쯤 되었나? 간이 좋지 않으셨는지 얼굴이 검게 보여 오래 가지는 못하겠구나 짐작은 하고 있었다. 회사 게시판에는 '회사에서 이웃돕기 행사를 할 때 큰 돈을 기부해 주시던 선배님'으로 기억하며 애도를 표시한 후배 글도 보였다. 그랬다! 그 선배님은 회사에서 일을 하실 때도 열정적으로 하셨고 후배들도 늘 사랑으로 챙겨주셨다. 내가 2006년 아내를 사별했을 때도, 작년에 재혼했을 때도 선배로서 마땅히 가보아야 하는데 몰랐다고 미안해 하시면서 뒤늦게 내 손에 부의금과 축의금 봉투를 꼬옥 쥐어주셨다.
사주명리학의 대가로 알려진 원광대 조용헌 교수가 지난 5월 16일, 삼성사장단 수요협의회에서 했던 '삶을 개척하는 여섯가지 방법' 강의 중 첫번째가 적선을 하라(선을 많이 쌓아라)였다. (나머지 다섯가지는 좋은 스승을 만나라, 하루 한 시간 정도는 명상이나 기도를 하라, 독서를 많이 하라, 편안한 집에서 휴식을 잘 취하라, 자기 자신을 알아라). 그 사람이 일생을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려면 그 사람이 죽은 후 장례식장을 가보라는 말이 있다. 선배님 장례식장을 둘러보니 토요일 오후 5시 30분인데도 접견실에 문상을 온 손님들로 가득 차있다. 문상객 중에는 회사를 퇴직하신 선배님들 얼굴도 많이 보였다.
그 중에서 내가 현 직장을 입사시 노조위원장을 하셨던 분도 만났다. 퇴직 후에도 공직을 맡아 열심히 일하시는 분이다. 주변 동갑인 퇴직선배님들보다 한 10년은 젊어 보인다. 사리사욕을 챙기지 않고 일하신 분들은 늘 얼굴이 밝고 자신감이 넘치신다. 반면에 재직시에 상사라는 자리에서 부하직원들을 은근히 못살게 굴면서 해꼬지 비슷한 행동을 많이 했던 분들은 이런 자리에 나오지를 못한 분위기인 것 같았다. 실제로 회사에 몸 담고 있을 때 부하직원들을 괴롭히거나 언어폭력을 입으로 자주 저지르던 분들이 퇴직 후에 어느 모임에 나갔다가 당시 괴롭힘을 당했던 후배들에게 한바탕 봉변을 당하고 난 후론 다시는 퇴직자 모임에서 얼굴을 볼 수 없었다고 전해 듣기도 한다.
사람은 지금의 내가 있는 직위와 자리가 영원히 지키지는 못한다. 어느 선배님은 후배들이 밀어주어 높은 자리까지 승진을 했는데 본인은 후배들을 나몰라라 하며 챙겨주지 않았다가 퇴직한 후에야 "그때 많이 베풀고 후배들을 잘 챙길걸~", "높은 자리는 그만큼 많이 베풀라는 자리였는데 내가 왜 그때 그걸 몰랐을까?"하며 후회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그 선배님은 퇴직자 모임에서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것은 어쩜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다행히 선배님은 자식들이 다 자라서 취직을 하고, 결혼도 했으니 가족을 두고 가시면서도 마음은 홀가분 했으리라. 세상사는 뿌린 만큼 거둔다는 것, 그리고 많이 베풀고 좋은 업을 많이 쌓으며 열정적으로 살아야지 하는 결심을 다시 한번 마음 속에 다짐해보며 내 자식들에게도 나의 열정과 도전의 씨앗과 업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물려주고 싶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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