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2월, 대학을 졸업한 후 나는 군(ROTC)에 입대하여 조직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남자들만의 조직, 거기에 내 밑에 부하가 61명(현역 21명, 당시는 방위병 40명)과 상관으로는 중대장, 대대장, 연대장님이 있어 젊은 나이에 초급관리자로서의 실전경험을 톡톡히 한 셈이다. 생각해보면 참 값진 경험이었던 것 같다. 1985년 6월말,  전역하고 나서 대기업에 취직하여 한차례의 전직을 하면서 지금까지 한 회사에 몸담고 있다.

 

군생활에서부터 약 29년 3개월을 보낸 셈이다. 누구나 다 그러하듯이, 나도 그 많은 시간 조직생활을 하면서 많은 유형의 사람들을 만났고, 여러 명의 상사들을 모셨다. 상사들 대부분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편이어서 실력으로든 인격적인 것이든 배울 점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특히 1985년 군 전역후의 직장이었던 대상그룹(당시는 미원그룹) 회장비서실에서 상사로 모셨던 강성균과장님과 윤석동차장님은 기안하는 요령에서부터 보고서 작성방법, 경영분석 기법 등을 자세히 지도해 주셨다. 지금의 내 보고서 작성형태와 실력들은 당시 회장비서실의 두 분으로부터 배운 것들이 많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상사나 아래사람이나 다 좋은 성향을 가진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안타까움이 몹시 드는 분도 더러 있었다. 마치 맡고 있는 보직이 자신이 평생 차지하고 있을 것처럼 여기면서 아래 직원들 위에 권위적으로 군림하려 했던 분들이 있기도 했다. 몇 사람 되지도 않는 한 사무실의 직원들을 이간질시키거나 과잉 충성을 요구하기도 했으니까. 성경말씀 중 시편에 보면 다윗이 했던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말처럼 지나고 보면 그 당시에는 견디기 힘들고 괴로운 매시간과 나날이었지만 돌이켜 생각하니 슬며시 웃음마저 나오는 정말 찰라같은 한순간이었고 삶의 한 과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상대를 먼저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내가 더 긍정적인 인정을 받기 위해 상대를 깎아내리면 상대도 나를 깎아내리려고 대적하게 된다. 그러나 상대의 능력이니 장점을 내가 먼저 인정하고 칭찬해주게 되면 상대도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부드럽고 적극적인 우군으로 변화되는 것을 체험했다. 나에게 비우호적거나 위해를 가하려는 마음을 가지려는 사람에게는 누구든지 경계를 하게 마련이고 또한 마음도 결코  열어주려 하지 않는다.

 

상대가 가진 아픔과 약점을 들춰내려 하기기보다 감싸주며 안아주는 배려를 배웠다. 아내와의 사별과 싱글대디, 재정적으로 너무도 힘든 긴 터널을 나는 전임 상사분의 너그러운 배려로 잘 극복할 수 있었다. 내가 휴가를 내어야 하는 때라든지 내가 내리는 의견이나 어떤 개인적인 결정에 대해  "왜?" 라고 당장에 묻지 않았다. 얼마간의시간이 흐른 뒤, "그때 무슨 일 있었어?" 라며 넌즈시 물으시며 해명의 기회를 주시곤 했다. 그 질문 또한 아랫사람을 염려하는 마음의 발로임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상대를 권위와 연륜으로 굴복시키려 한다면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란 것도 배웠다. 때때로  상대가 나보다 세상살이나 직장의 직급이 낮다 하여도 지식이나 경험, 리더십같은 면에서 특출나서 배울만한 이들도 만난다.  권위나 나이로 상대를 제압하려 하지 말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면서 내가 부족한 것을 가지고 있는 상대에게서 더 배우려고 노력해야 함을 배웠다. 예전에 모셨던 강성균 과장님 수하에는 과장님보다 나이가 많은 대리분이 있었는데 늘 웃음으로 대하고 상대의 장점을 칭찬하면서 협조를 구하니 아름다운 모습으로 모두에게 보여졌고 팀을 꾸려나가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지난주엔 월요일에, 이번주는 월요일과 화요일, 나는 근로복지공단 선진기업복지 기본컨설턴트 교육에서 나는 89명의 컨설턴트를 만났다. 3~4명만 빼고서는 대부분 공인노무사들이었고 나보다는 나이가 훨씬 어린 분들이었다. 나는 한사람 한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을 붙이며 대화를 하면서 그들이 인사노무업무를 하면서 겪은 경험과 사내근로복지기금제도와 관련된 고충을 듣고 메모하면서 배우려 노력했다. 어느 노무사분으로부터는 사내근로복지기금제도 개선에 대한 소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또 하나, 나의 밝은 표정과 열정적인 모습으로 먼저 다가가니 상대방도 마음을 열어주며 반갑게 맞아주는 것을 경험했다. 매일매일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힘든 시간들도 지나면 과거가 되고 뒤돌아보면 약이 된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의 열정은 식지 않을 것이고 매화가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 뒤돌아보며 꿈을 이루고 미소를 짓는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으리라. 하루하루 그저 앞만 보고 도전하며 달려가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는 듯 하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달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