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내는 친구 결혼식(재혼)에 참석차 새벽에 SRT타고
대구에 가고, 나 혼자 집에서 아침을 해결해야 했다.
나는 초등학교 늦은 5학년 말부터 대학을 마칠 때까지 자취생활
(그나마 대학 3년은 입주 가정교사를 함)을 했기에 밥하기와
설겆이는 익숙하다.
그때는 밥은 아궁이에 불을 때거나 석유난로, 연탄불 위에서
솥으로 직접 밥을 해먹고(물 맞추고 뜸을 잘 들이는 것이
삼층밥이나 꼬두밥을 만들지 않는 비결이었지.)
반찬은 재료를 사다가 직접 만들어 먹고,
중학교 때는 김치도 직접 담궈서 먹었다.
설겆이는 손으로 직접 했다.
겨울철에는 찬물로 쌀을 씻어 밥하기와 손으로 하는 설겆이,
빨래하기는 정말 싫었다.
그때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었다.
집에 송사가 걸려 생활비와 학비가 제 때 오지 않으니
중학교 3학년부터는 늘 돈에 쪼들렸다.
그때는 도시락 반찬으로 김치와 계란후라이를 싸오는 친구들이
제일 부러웠다. 학원과외는 꿈도 꾸지 못했고.
이런 경험이 아내가 어떤 반찬을 만들고 김치 하나에도
반찬투정 하지 않고 감사하며 식사하게 만들었다.
이런 경험으로 고난이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고,
매사에 감사하게 만든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요즘은 밥도 전기밥솥이 하고
데우기는 전자렌지가,
고기 굽기는 인덕션이나 전기구이 기계가,
설겆이는 식기세척기가,
빨래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고,
청소는 진공청소기가 있고,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 가면 반찬도 팔고 있으니
돈만 있으면 혼자서도 살기에 편한 세상이 되었다.
늘 아내가 삼시 세끼를 챙겨주었는데 오늘 오랜만에
내가 직접 돼지고기에 당근, 마늘, 버섯을 구워 아침밥을
챙겨 먹으려니 옛 생각이 나서 울컥해진다.
아내의 노고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그 힘든 지난 시절을 잘 견디며 자식들 다 키우면서
하루하루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잘 살아왔구나!
하는 내 자신에 대한 대견함에.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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