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대기업의 ‘비혼지원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 완전 비혼이에요. 아무에게도 제 인생 안 뺏겼으면 좋겠어요. 저 혼자 너무 행복하고 싶고…. 누군가의 눈치 보고 살고 싶지 않은 거예요.”
지난 8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2’에서 아이돌그룹 GOT7의 멤버 뱀뱀(26)은 자신이 비혼주의자임을 밝혔다. 이날 20~30대가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엔 공감 글이 여럿 올라왔다. “나도 뱀뱀과 같은 이유로 비혼주의” “혼자 살기도 벅찬 세상이라 결혼 생각이 들지 않는다” 등이었다.
비혼족의 증가는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혼인 신고를 한 부부는 19만2507쌍. 2011년 32만9087쌍에서 10년 새 41.5%가량 줄었다. 반대로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지속적으로 늘어 2021년 33.4%를 기록했다. 2020년 기준 30대 남성의 미혼 인구 비율은 50.8%, 30대 여성 미혼 인구 비율은 33.6%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몇몇 기업들이 도입한 비혼 직원들을 위한 복지 제도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비혼 증가라는 사회 변화를 반영한 자연스러운 제도”라는 주장과 “비혼을 장려해 가뜩이나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비혼 지원금부터 반려동물 수당까지
지난 2일 LG유플러스에선 신규 사내 복지 제도 ‘비혼 지원금’의 첫 수혜자가 나왔다. 해당 제도는 비혼 선언을 하는 직원에게 기본급 100%와 경조사 휴가 5일을 지급하는 것. 이는 결혼하는 직원에게 지급하는 혜택과 동일한 것이다. 올해의 경우 ‘만 43세 이상, 근속 기간 10년 이상 직원’이라는 제한 조건을 뒀지만, 차차 완화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다양한 삶의 형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구성원들의 건의가 있었고, 사내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쳐 도입하게 됐다”며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직원들에게 동등한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13일까지 6명의 직원이 사내 게시판을 통해 비혼을 선언했다.
롯데백화점도 작년 9월부터 ‘미혼자 경조’ 제도를 운영 중이다. 만 40세 이상의 미혼 직원이 신청하면 결혼하는 직원이 받는 경조금과 휴가를 동일하게 지급하고, 결혼식에 보내는 화환 대신 반려식물을 보낸다. 현재까지 약 30명의 직원이 신청했다. SK증권도 비혼 선언 직원에게 지원금을 주는 복지 제도 신설을 논의 중이다. 화장품 기업 러쉬(LUSH)코리아도 비혼 선언자에게 경조금과 휴가를 제공하는데, 원하는 사람의 경우 비혼식을 열어준다. 이 밖에 반려동물을 기르는 비혼자에게 수당이나 보험을 지원하는 회사(러쉬코리아·펄어비스), 건강검진 대상을 배우자가 아닌 가족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회사(LG유플러스·신한은행), 미혼 직원 생일에 기혼 직원 결혼기념일 축하금과 동일한 금액의 지원금(10만원)을 지급하는 회사(신한은행)도 있다.
◇”비혼 직원에게도 동등한 복지를”
12년 차 회사원인 비혼주의자 김모(39)씨는 기혼 동료들이 회사로부터 결혼축하금·출산축하금 등을 받는 것을 숱하게 보면서 박탈감이 컸다고 했다. 그는 “결혼이 필수가 아닌 시대가 된 걸 인정하고, 비혼 직원을 존중하는 회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중견기업 재직자 이모(36)씨는 “우리 회사는 자녀 학자금 지원 제도가 있는데, 결혼과 출산 계획이 없는 나 같은 직원은 전혀 받을 수 없다”며 “같은 회사를 다니는데 비혼 직원도 (유자녀 기혼자에) 상응하는 복지 혜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정부도 비혼자들을 위한 복지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혼인·출산율 더 떨어뜨릴까 걱정”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여론조사 플랫폼 ‘서치통’은 지난 5~9일 2276명을 대상으로 LG유플러스의 비혼 복지 제도와 관련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비혼 지원금에 대해 응답자의 65%가 ‘부정적’이라고 답했고, ‘긍정적’이란 답변은 17.8%에 그쳤다. 자영업자 조일호(57)씨는 “인구 절벽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해도 모자라는데, 국가적·사회적 책임이 있는 대기업이 (비혼을) 부추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한모(42)씨는 “민간 기업이 사내 복지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든 자유이지만, 유명 기업들의 이러한 행보가 사회 전반에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란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비혼이 쿨한 것으로 인식돼 유행처럼 번진다면 미래에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 막대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은희 대한가정학회장은 “저출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비혼자들을 위한 복지는 자칫 비혼 독려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기혼자들을 위한 더 큰 복지를 통해 출산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한 기업 복지 전문가는 “기업도 우리나라의 책임 있는 일원인 만큼, 일·가정 양립을 위한 가족 친화적 복지 제도를 충분히 갖추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비혼 복지가 출산율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나온다. 책 ‘외롭지 않을 권리’의 저자 황두영은 “신혼여행을 위한 휴가를 준다고 결혼을 하는 게 아니듯, 비혼 복지가 생긴다고 해서 비혼을 택할 사람은 없다”며 “출산율이 우려된다면 1인 가구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서 아이를 낳아 차별 없이 잘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 달 도입을 앞두고 있는 ‘미혼 청년 특공(특별공급)’도 비슷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앞으로 5년간 공공분양주택 5만2500호를 주택 소유 이력이 없는 19~39세 미혼 청년에게 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간 특공은 신혼부부나 다자녀 가정, 노부모 부양자 등 기혼자를 위주로 운영돼왔다. 대상자인 이미나(36)씨는 “비혼자들은 청약·연말정산 등에서 항상 불이익을 당했는데, 미혼 특공 같은 정부 정책이 도입돼 다행”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부동산 카페 등에는 “결혼해서 아기가 있는 무주택자가 우선돼야 한다” “비혼자에게 혜택이 아닌 ‘독신세’를 도입해야 한다” 등의 반대 의견이 쇄도했다.
조선일보 이옥진 기자 입력 2023.01.14 03:00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3/01/14/YEEBHK22EVEQRG7N73IHMOJ5LA/?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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