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서울제2교육관에서
당신의 졸업증서를 받아와
이제야 당신 영정 앞에 바칩니다.

당신이 생전에 그토록 받고자 했던 대학졸업장!
풍족하지 못했던 집안 사정 때문에 대학진학을 포기하고서도
공부에 대한 열정만을 포기할 수 없어
1981년도에 진학한 한국방송통신대학!
영광의 대학 졸업장을 받는데
무려 26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지난 1978년 고등학교를 졸업후 아르바이트로 취직하여
그대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마지막이자 평생 직장이 되어버린
KBS에서도 사람이 만든 성차별과 학력차별 때문에
수없이 가슴앓이를 하며 살아온 당신입니다.

학점을 모두 받고서도
결혼과 큰 애 출산 때문에,
직장에서 나와 놀고있던 오빠 완구가게 마련해주고 운영하느라,
지난 1990년 개봉동 물난리때 가게가 침수되어
모든 희망을 잃고 이사하고,
1997년에는 쌍둥이자식을 낳고 키우느라
이 땅의 뭇 여인네들 처럼
당신 자신이 아닌
가족을 위해 희생하느라
기한내에 졸업시험을 치르지 못해
제적처리가 되었고
졸업을 포기해야 했지요.
그리고 내가 신경을 쓸까봐
여지껏 나에게는 말도 하지 않고
속으로만 애를 태운 당신입니다.

그러나 학점을 모두 이수하였으나
졸업시험만 치르지 못한 수료생들의 사정을
딱히 여긴 교육당국의 배려로 졸업논문으로 대체되어
다시 졸업 기회를 주기로 했다는 소식을
병 중인 지난해 3월에 듣고
당신은 이제 졸업할 수 있게 되었다고
들떠서 나에게 전화를 주었지요.

작년 5월 유방암 말기 투병 중인
아픈 몸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졸업논문을 만들었습니다.

암세포가 뇌까지 전이되어
10일 간격으로 지독한 항암제를 맞아가며
떨리는 손으로 컴퓨터 자판을 쳐내려 갔습니다.
밀려드는 통증은 진통제를 먹어가며
암세포가 시신경을 끊임없이 자극하여
눈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돌아와
논문작성에 매달렸지요.
한페이지를 작성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암세포도 당신의 뜨거운 열정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결코 희망과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던 당신이었습니다.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삶이란
이런 것이 아닐런지...

작년 8월, 드디어 졸업논문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전하자 기뻐 눈물을 흘리며
"내가 졸업식 때까지 살 수 있을까?"하기에
나는 단호히 말했지요.
"그럼! 어떻게 받게되는 졸업장인데
당연히 살아서 당당하게 받아야지!"

그렇게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열정을 불사르며 고생한 노력으로 취득한
대학 졸업증서를 주인공인 당신 대신
오늘에야 제가 받아 당신 영정 앞에 바칩니다.

학위번호 : 방송대2006학056xx 최혜숙

김승훈

2007.4.5.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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