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빠 신발이 찢어졌어요"
토요일, 아파트 베란다 밖 1층 정원에 있는 대추나무에 열린 대추를 따서 아내
추석 제사상에도 올리고 처남과 동서집에도 이번 추석명절에 쓰라고 보내주려고
대추나무에 올가가 대추를 한참 따고 있는데 밑에서 대추를 받아담기 위해
바구니를 가지고 있던 큰애가 불쑥 말한다.

정확히 40년전, 나도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가을에 아버지를 따라 논일을 도우러 가는데 앞서 가시는 아버지의 고무신 뒤가
찢어져 있었다. 그래서 나도 "아부지, 신발 뒤가 떨어졌어요" 했더니 아버지는
무언가 숨기고 싶은 것을 들키신 것 같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대수롭지 않게
"응, 그러냐"하시며 넘기셨다.

내가 신고있는 신발은 2년전 손윗 동서가 거래처 아는 사람이 신발세일을 하는데
싸다고 동규가 생각나 한컬레를 더 사서 집에 가지고 온 것이다. 그런데 요즘
애들이 이런 메이커가 아닌 신발을 신겠는가? 집에 처박혀 있는 것을 보니 멀쩡하여
처박아두기는 아까워 내가 신기 시작했다. 신으면 큰애 발이 나보다 두치수는 커서
신발을 신으면 발이 신 안에서 노는 것 같다. 7개월전에는 그나마 신발과 밑창
고무를 연결하는 본드가 떨어져 걸을 때마다 밑창이 홀딱거려 다시 강력본드를
붙였는데도 다시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길을 걸을 때는 표시가 안났는데
나무에 오르기 위해 나무가지를 타니 신발틈새가 벌어진 것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버렸다.

40년전,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그 말씀이 생각나 가슴이 미어진다. 시간이 흘러
나도 결혼하여 자식을 낳아 키우다보니 그때 아버지께서 돈이 없으셔서 뒤축이
떨어진 고무신을 신고 다닌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식들은 아빠가 돈도
버니 당연히 밖에서 아빠가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사먹고, 입고 쓰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다 사먹고, 쓰고 다니는 줄 안다. 그러나 부모는 본인보다도 자식들을
생각하여 더 쓰지 못한다. 자식들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입히고 먹이기 위해
악착같이 아끼고 저축하며 산다.

편하게 즐기며 살고 싶고 옷도 좋은 것으로 사서 입고다니고 싶지만 참고 산다.
그 돈으로 자식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었을 때, 기뻐하며 웃을 자식들 얼굴을
떠올리며 사고 싶은 마음을 대신한다. 이것이 부모의 마음인 것을..... 큰애도
나중에 결혼하여 자식이 생기고 자식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면 오늘 나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겠지?

이번 추석명절에 고향을 내려가는 것을 포기했는데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더해지고 마음이 착잡하다. 아버지게 걱정만 끼쳐드리는 못난 자식이 아버지를
환하게 웃게 해드릴게 될 그날을 기다리며 현재의 위기를 넘기 위해 오늘도 나를
채찍질 한다. 10월에는 '사내근로복지기금 설립 및 신고사례' 책자를 반드시 펴내
아버지께 꼭 보내드려야겠다. 명절에 내려가지 못하는 자식의 불효를 대신하여....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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