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종일 시장도 보고, 아내 차례상에 올릴 음식도 준비하며 보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아내가 내 곁을 떠난지 어언 3년이 다
되어가니 이제는 나와 우리 가족들 뇌리에서 아내의 흔적과 소중했던
추억들이 하나 둘씩 점점 지워지고 멀어져 가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예전에는 항상 추석 전전날에는 시골을 내려가 할아버지 제사상과 추석
차례상에 올릴 제수음식을 아내가 직접 준비하곤 했었는데... 사내들만
북적이는 틈새에서 아내 혼자서 그 많은 음식을 장만하는 것이 안쓰러워
나도 팔을 걷어부치고, 동생들도 불러서 이것 저것 일을 시키곤 했었지.

그 자리를 이제는 고향집이 아닌 우리집에서 장모님과 나, 자식들이 아내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하고 있으니 사람의 운명이란 것이 어찌 이다지도
얄궂은지....

저녁에 마지막으로 송편과 약식을 사가지고 온 후 밤 8시에 간편한 복장으로
집을 나선다. 정발산을 올라 야외 헬쓰장에 들렀다. 평소 같으면 이 시간이면
운동하는 사람들로서 북적여 운동기구 앞에서 순서를 기다려야 했는데
오늘은 너무도 한산하고 날씨까지 싸늘하여 을씨년스럽다.

이어 호수공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명절 전날인데도 호수공원에는 걷기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밤이 깊어서인지 새장안의 단정학도, 공작도, 닭도
우리안에서 잠을 자고 있다. 걷기 트랙위를 중년의 부부가 다정하게 손을 꼭
잡고 걷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다. 생전에 나는 아내에게 호수공원을 함께
걷자고 제안을 했는데 걷기를 싫어하는 아내는 싫다고 했다. 함께 운동을
했으면 아마도 유방암에 걸리지 않았거나 더 행복한 생활을 한 후 나이가
들어 걸렸을지도 모를텐데.....그때는 암이 정복되어 있을지도 모르고...

호수공원에 올 때마다 호수공원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아내와 함께 이 길을
손을 잡고 걸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배여온다. 오늘따라 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보름달이 되기 하루전의 둥그런 달이 세상을 비추고 있다.
항상 따스했던 아내의 손이 오늘은 더욱 그립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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