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말 쌍둥이들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내가 큰애에게 방학동안에
보여줄 좋은 영화가 있으면 예매하여 쌍둥이들과 함께 보라고 했더니 어제
내가 한 말이 생각났는지 나에게 다가와 "아빠가 방학전에 말씀하신 영화를
내일 봐도 되요?"라며 묻는다.
"할머니가 그러시는데 예전에 할아버지가 영화를 보여주시겠다고 하여
동양극장에를 갔는데 입장료가 비싸서 보지를 못하셨데요. 그 이후 영화를
보지 못하셨다는데 할머니도 함께 모시고 가서 보면 안될까요?"
아차! 내가 왜 그걸 깜박했을까? 예전에 집사람이 살아있을 때 장모님이
우스갯소리로 그런 말씀을 하는 것을 내가 들었는데 내가 모시고 가서 보여드릴
생각을 여지껏 왜 못했을까? 장인어른은 군대를 가지 않아서 평생을 취직을 하지
못하고 실업자로 사시는 바람에 내내 장모님에게 용돈을 타 썼다고 한다.
오늘 농협하나로마트를 다녀오면서 넌즈시 극장 사건을 꺼내니 49년전 그당시
서운했던 일들을 아직도 잊지 않고 생생히 말씀하신다.
"은경이(집사람 집에서 부르는 이름)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고 규 외할아버지가
어느날 갑자기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자고 준비하고 있으라고 전화가 와서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 함께 신당동 집 근처 동양극장을 갔는데 영화입장료가 비쌌는지
다시 명보극장을 가자고 하더라고... 명보극장은 시내에 있어 더 비싼데 이상하다
싶어 따라갔더니 영화는 보여주지 않고 명보극장(건물)만 보여주더라고... 얼마나
얄미웠는지 그날밤 집에 들어와 대판 부부싸움을 했지. 당신이 평생 돈을 벌지
못했던 분이라 돈이 없으면 간장에 밥을 비벼먹고 살았으면 살았지 절대로 남에게
손을 벌리지는 않던 분이어서 없으면 안쓴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편했지"
농협하나로마트를 다녀오는 길에 일산 장항동 CGV를 들러 큰애에게 '워낭소리'를
5장 예매시켰다. 앞으로 두시간 후 영화관을 가는데 장모님은 오후 내내 기분이 들떠
계시는 것 같다. 집사람이 살아있을 때 진즉 영화관을 함께 가지 못했던 것이 후회된다.
지갑이 가난하다고 꿈과 마음도 가난해지면 안되는데, 그저 조금만 시간과 마음을
쓰면 모든 가족이 행복한데... 영화 워낭소리가 슬프다는데 장모님이 장인어른과
집사람을 생각하며 얼마나 또 많이 우실꼬?
싱글대디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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