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아내는 당시 미술을 하던 고2 딸에게 미술을 그만두고
인문계 공부를 하라고 했다.
"미대를 나와서 앞으로 뭘 하고 먹고 살건데?"
"돈이 뒷받침되어야 미술도 직업으로 하고 갤러리도 열 수 있지...."
"나는 너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돈이 없다. 미술은 네가 다른 안정된
직업을 가진 다음에 취미로 하면 되잖아? 돈을 벌면 갤러리도 네
능력으로 차릴 수 있고......."
미술을 좋아했고 미대 진학을 꿈꾸었던 딸은 당연히 반발했다.
많은 고민 끝에 내린 엄마의 냉정하고 현실적인 결정 앞에 딸도
어쩔 수 없었던지 미술의 꿈을 포기했고 재수 끝에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주변 친구들, 특히 미대나 음대에 진학했던 친구들이
모두 대학을 휴학하거나 자퇴하고 다른 진로를 찾아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딸은 엄마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엄마는 내 미술의 꿈을 짓밟은 잔인한 엄마야. 그렇지만 지금
취직에 고민하며 방황하는 내 친구들을 보니 나를 간호대에
보낸 엄마 결정이 탁월했고 엄마는 가장 현명한 엄마이기도 해.
내가 돈을 벌면 그때는 미술하는것 말리지마. 여유가 되면
갤러리도 내 힘으로 운영하거야....."
"얼마든지..... 네가 성인이 되면 뭘을 하든, 더구나 취미로
하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니"
아내는 자식 교육에는 냉철하고도 현명하다. 카이스트에 합격
하여 카이스트로 진학하겠다는 둘째를 양복 한벌에 꼬셔(?)
연대의대 시험을 응시하게 하여 의대로 진학하게 했다.
"카이스트에 진학한 학생들이 성적스트레스로 자살했다는
뉴스를 보니 부모로서 그런 살벌한 곳으로 보내기가 내키지
않았다. 그리고 나와서 뭘 한건데? 대기업 연구소에 취직해
맨날 연구실에서 밤낮없이 스트레스 받으며 일만 할텐데....
그렇다고 정년보장도 없이. 그럴 바에는 머리가 되면 의사가
되는 게 백번 낫지"
둘째도 현재 자신의 진로에 만족해 한다. 현재 메르스 파동을
지켜보면서 딸이 하는 말처럼 아내가 다섯자식들 진로결정에서
만큼은 '잔인한 엄마이자 현명한 엄마'인 것이 분명한 것 같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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