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쌍둥이들은 초등학교 4학년 예민한 시기라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어제 재명, 재윤이 학교와 학원 숙제를 봐주고 나니 밤 11시,
막내인 재윤이가 그동안 학원 수업에 농땡이를 부려 진도가 늦어진 탓인지
재명이는 10시에 숙제를 모두 끝냈는데, 재윤이는 1시간이나 늦게 마쳤다.
재명이와 차이가 벌어지니 공부에 흥미가 떨어진 듯 힘들어 한다.
계속 옆에 붙어서 "이 어려운 문제를 풀면 천재인데, 우리 재윤이가 푸나 보아야겠다"
어렵다는 표정을 지으면 "힌트 하나!!" 하며 혼자서 풀게 만들었다.
문제를 풀고 나면 "이 어려운 문제를 풀다니, 역시 우리 재윤이는 천재야~~"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밤 11시가 되어 재윤이까지 숙제를 챙겨주고 나니 재윤이가 나에게 와서 말한다.
"아빠! 지금부터 일하실꺼예요? 어제도 늦게 주무셨는데 건강 생각하고 일찍 주무세요!"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지 어미를 잃고 나서 애들이 부쩍 아빠 건강을 챙긴다.
"응, 밤 12시까지만 일하다 잘꺼야. 재윤이가 아빠 건강을 챙겨주니 고맙다"
밤 12시가 되니 지방 대학 기숙사에 있는 큰애에게서 전화가 온다.
"아빠! 지금까지 일하실 것 같아 전화했어요. 건강 챙기시고 너무 늦지 않도록 하세요."
"응, 그렇지않아도 지금 자려고 했다.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큰애는 쌍둥이들처럼 애정을 가지고 키우지를 못했었다.
첫애는 애정보다는 의무감으로 키운 것 같다. 맞벌이를 하다보니 큰애는 장모님 손에서
자랐고 엄마아빠보다는 장모님을 더 따랐다. 속마음을 엄마아빠보다는 장모님에게
더 많이 털어놓곤 했다. 아들의 고민을 아들이 아닌 장모님을 통해서 들을 때면 괜히
서운하기도 했다. 그래서 큰애는 엄마아빠가 하는 "사랑한다"는 말에 익숙해있지
않아서인지 내가 사랑한다고 말해도 그저 어정쩡한 미소만 짓곤 했다.
늘상 듣던 소리가 아니니 생소했나 보다.
나에게 "아빠 사랑해요"라는 말도 표현하지 못하는 큰애였다.
그런데 집사람이 가고 난 이후 나는 계속 애들에게 사랑한다며 말하며 안아주곤했다.
이제는 큰애도 전화를 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아빠 사랑해요!" 라고 말하곤 한다.
충의가 북받치면 약한 자도 강해질 수 있고,
적은 군사로도 많은 군사를 대적할 수 있는 법이니,
단지 마음 한 번 다르게 먹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忠義所激 弱可使强 寡可敵衆 只在一轉移之間耳]
- 김성일(金誠一) 『학봉전집(鶴峯全集)』중에서
위기는 곧 기회이고 아픔은 남은 자들을 더 성숙되게 하고 강하게 만든다.
남은 가족들이 이전보다 더 서로를 감싸며 열심히 살고 있다.
비가 온 뒤 땅이 더 굳어지듯이 가족의 소중함을 이전보다 더 뼈저리게 느끼고 온 가족이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고, 더 강하게 하고 뭉치도록 만드는 것 같다.
싱글대디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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