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마을 친구들 모임을 치르고 나서 늦게 잠자리에 든 탓인지 아내의 아침밥을 먹자는 채근에 못이겨 눈을 떴다. 아내가 시골 집으로 전화를 걸어 나를 바꾸어 준다. 꼼짝없이 일어나 전화를 받는다. 아버지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려온다.

어버이날인데도 찿아가 뵙지도 못함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 아버지는 연신 허허~ 웃기만 하신다. 아내를 바꾸어주니 수화기를 타고 아버지의 너털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형제는 5남. 딸자식이 없는 탓인지 아버지는 며느리를 이뻐해 주신다. 지난 설날에 아내와 결혼소식을 전하기 위해 고향집을 방문했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는 흡족해 하시며 喪妻한 후 혼자가 되어 자식을 키우는 나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는데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며 매우 좋아하셨다. 부모님 걱정을 덜어드리고 부모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도 효도이겠지....  

어려서 엄마를 잃으면 평생 슬프고, 어려서 아버지를 잃으면 평생 외롭다고 한다. 나는 어머니의 얼굴을 모른다. 나를 낳고 나서 1년 2개월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나에게 '어머니'라는 단어는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반반씩 섞여 있다. 오늘 한소망교회 류영모담임목사님 주일설교도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육신의 어머니에 대한 은혜를 상기시키는 내용이 많다. 막내 재윤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요즘 전도사가 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부모와 대립각을 세우며 속을 태우고 있다. 좀 더 공부에 집중하여 큰 인물이 되어 하나님께 쓰임받았으면 좋겠다고 설득을 하지만 요지부동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도사가 되겠다는 녀석의 꿈이 못마땅한 것이 아니고 공부를 뒷전으로 하고 찬양팀에 올인하며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녀석이 안타깝다. 일주일 중 토요일과 이틀을 서울 목동에서 파주에 있는 교회까지 왕복하며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그렇게 찬양팀에 시간을 보내면 언제 공부를 할꺼니?" 물어도 찬양팀에서 활동하고 싶단다. 재윤이의 거듭된 부정에도 불구하고 마치 공부에 대한 도피처로 전도사가 되겠다는 것은 아닌지하는 의구심이 든다. 오늘 셀모임에서 김민숙집사가 고3인 딸 성적 때문에 요즘 자주 다투게 된다며  속상하다는 울먹임을 듣고 나서일까 나도 공부를 해야 할 시기에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내 주장을 녀석에게 꺾이고 싶지 않다.  
 
형인 명이는 이제 수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확실히 새기고 차근차근 공부를 하는데 방황하는 막내가 안타깝다. 주일만되면 꼭두새벽부터 교회를 혼자라도 가겠다고 고집부리며 도끼눈을 하고 빨리 하라고 채근하는 녀석 때문에 온 가족이 바늘방석이 된다. 자식이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 길을 가겠다면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잡아주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어버이날인 오늘 오후에 언성이 높아지고 말았다. 정신 차리고 공부에 집중하라고, 좀 더 크게 쓰임받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라고, 전도사가 되고 싶으면 더 공부를 열심히 해서 네 결정이 현실의 도피처가 아니라는 것을 성적으로 증명해 보이라고...아내도 "재윤이 네가 앞으로도 공부를 등한시 한 체 계속 교회 찬양팀을 기웃거린다면 다음주부터 한소망교회를 나가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어버이날에 부모 속을 뒤집고 제고집을 피우는 막내 윤이도 나와 아내가 사랑과 원칙을 가지고 임한다면 시간이 흐르면 결국은 삐걱거림도 바로잡아지겠지. 끝없이 나와 아내를 시험하려 드는 막내녀석..... 나중에 실패한 자식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나와 아내는 오늘도 머리를 맞대고 녀석과 신경전을 벌인다. 훗날 윤이와 웃으면서 추억이야기로 2011년 중2학년 때의 전도사의 꿈 이야기를 하는 날이 오겠지...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어제 기말고사도 끝났고, 주일예배를 마치고 잡을 자기 전에 모처럼 시간이 나서 쌍둥이들과 대화시간을 가졌다. 마침 한소망교회 유영모담임목사님 설교내용 중에 '잠을 자는 자는 꿈만 꾸게 되고, 꿈을 꾸는 자는 성공하게 된다'라는 대목이 있어 한번 녀석들의 꿈에 대해 다시 한번 알아보고 싶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쌍둥이들의 꿈은 재명이는 서울대총장, 재윤이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었다. 이러한 꿈이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본다.

나 : "재명이의 꿈은 무어니?"
재명 : "일전에 말씀드린 대로 수의학과에 가는 건데요!"
나 : "수의학과보다는 수의사겠지?"
재명 : "네"
나 : "그럼 우리 재윤이는?"
재윤 : "저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나 : "꿈이 바뀌었네? 왜 꿈을 바꾸었지?"
재윤 : "엄마가 유방암으로 돌아가셨잖아요? 그래서 엄마를 돌아가시게 한 암을 연구해서 치료해보고 싶어요"
나 : "...."

갑자기 목이 맨다. 엄마를 유난히 따랐던 우리 막내 재윤이가 엄마를 끔찍히도 생각하고 있고, 엄마를 잊지 못하고 엄마를 많이 보고 싶어 하는구나... 엄마의 유방암투병생활과 사별을 지켜보며 녀석이 참 많이 힘들어했구나, 그리고 그동안의 꿈을 바꾸면서 나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서 속으로 얼마나 힘들어 했을까? 애비가 그동안 너무 무심했구나...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른 뒤 내가 말했다.

나 : "음~ 재윤이 생각이 아주 기특하구나. 그래 그렇게 하려무나. 그리고 재명이도 엄마가 많이 기대했던 황우석 박사님이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님이셨단다.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암환자들을 위한 항암제나 인공장기 등을 연구하여 치료해줄 것으로 많이 기대를 했었지. 그래 이쁜 애완동물이 죽는다면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복제해서 만들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큰 기쁨을 주고 의학발전에도 활용하면 불치병도 고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
재명 : "네"
나 : "그리고 이왕 하려면 세계에서 최고가 되려무나. 그리고 이왕이면 꿈은 크게 가지고.... 아빠에게도 소중한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도 많은 어려움도 이겨내고 있잖니? 2004년에 엄마가 너무 힘들다고 이민을 가자고 아빠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단다"
재명 : "이민을요?"
나 : "응~ 이민..."
재명 : "어디로요"
나 : 저기 유럽지역...사람들이 찿지 못하는 곳으로..."
재명 : "우즈베키스탄 같은데요?"
나 : "응 그런 지역~ 그런데 아빠가 반대했지. 살아도 우리나라에서 살고, 죽어도 우리나라에서 죽고 싶다고...우리나라를 떠나 잘 산다는 보장도 없잖니? 그리고 한번 나가면 다시는 우리나라에 돌아오기도 어렵고 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주겠니?"
(2부에 계속)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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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0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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