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다. 집안에서는 에어컨도 없는데 더운 날씨에 장모님께서 큰애, 쌍둥이들
세녀석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회사에서 어쩌다 집으로
전화를 하면 쌍둥이들이 싸우는 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귀가 따갑게 들려온다.

어제 막내가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인라인을 타고 학원을 가려는 막내에게
장모님께서 위험하니 타고가지 말라고 했더니 왜 못타고가게 하느냐고 따지고
고함을 지르고 할머니를 째려보았다는 것이다. 장모님께서 크게 충격을 받으신
모양이다. 평소 막내가 고집이 너무 쎄서 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이제는 더 이상
못키우겠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셨는데...

퇴근하여 저녁식사를 하는데 집안 분위기가 영 싸늘하다.
드뎌 장모님 입에서 "더 이상 애들 뒷바라지를 못하겠네. 자네 빨리 좋은 사람
만나 재혼을 하소" 쌍둥이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는 돌봐주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장모님께는 힘드시면 처남댁으로 가 계시라고 하고 쌍둥이들에게는 아빠랑
같이 힘들더라도 함께 살아보자, 아빠가 회사를 가면 너희들이 잡 차려먹고,
설겆이도 하고, 저녁이면 밥도 차려먹고 아빠 밥도 준비해놓고 기다리라고 했더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큰애와 쌍둥이들 셋이 머리를 맞대고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명이는 서약서를 내민다. 할머니 말씀을 잘 들을 것이며 잘
안들었을 경우는 한달치 용돈을 할머니에게 드리겠단다. 평소 용돈을 자신의
피같이 아끼는 녀석이 용돈을 포기하겠다니 그 정도면 녀석의 의지를 읽을 수
있어 알았다며 서약서에 싸인을 해주었다.

잔꾀가 능한 막내는 장모님께 말로 때우고 대충 넘기려 들기에 제동을 걸었다.
말을 잘 듣기로 해놓고 약속대로 안들을 경우는 어떡하느냐고, 말을 잘 듣겠다고
약속한 증거가 어디있냐고 했더니 그제야 서약서를 내민다. 그런데 서약서에는
말을 잘 듣겠다고만 되어있지 안들을 경우에 대한 처벌내용이 없다.
"이건 안돼, 말을 안들었을 경우 처벌이 없잖아?" 했더니 그제서야 한달분 용돈을
포기하겠단다. "그걸로는 안돼. 아빠와 할머니가 말을 안들었다는 판단이 들때
1회당 일주일간 PC게임을 못하는 것을 추가해". 막내가 펄쩍펄쩍 뛰며 억울해한다.
"왜요. 명이형은 똑같이 했는데 아빠께서 허락했잖아요?"
"명이형은 처음부터 처벌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했기에 통과되었지만
너는 처음부터 처벌을 빼고 대충 위기를 넘기려 했던거야. 그런 개선의 의지가
없는 태도에 대한 가중처벌이야"

자다가도 PC게임이라면 벌떡 일어나는 쌍둥이들인데 녀석들이 약속한 것을 잘
지키는지 지켜보아야지.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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