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일에 대한 보람과 흥미도 있는 반면 한편으
로는 회의감을 느끼게 되는 현상들을 접하게 됩니다. 그 가운에 똑
같은 급여를 받으면서 누구는 1년 365일 계속 야근하고 일에 치여
사는데 반해 누구는 널널하게 근무하다 정시 땡하면 퇴근을 합니다.
회사에서도 기획부서나 숫자를 다루는 부서, 연구개발부서는 야근
을 밥먹듯이 하지만 그렇다고 진급이나 금전적인 특별한 보상이 주
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요즘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은
야근이 많은 부서는 기피부서 1호라고 합니다.
신입사원들이 정시에 출근해서 정시에 퇴근하는 부서를 선호한다니
조직의 미래가 없는 듯 그저 답답하다는 하소연을 많이 듣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예전처럼 회사가 평생직장이
아닌 시대이다 보니 언제 회사와 결별할 순간이 올지 모르고, 또 우
리나라도 이직이 이제는 자연스런 HR의 트랜드가 되다보니 힘들게
근무를 하려하지 않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남들보나 더 열심히
일한다고 진급을 빨리 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파격적인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는 것도 아닌데 몸을 망쳐가며 야근에, 밤 늦은 시간까
지 술자리를 기피하고, 주어진 시간 회사에서 근무하고 퇴근 후 개
인시간을 즐기며 취미생활을 가지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부서를
선호하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이겠지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직장에서도 밤 늦도록 야근하는 모습을 많이
보기가 힘듭니다.
저도 지난 1985년 7월초 군 전역후 곧바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직장생활 29년째입니다. 되돌아보니 야근을 참 많이 하였
습니다.
주로 기획부서에 있었고 1993년 2월, 사내근로복지기금업무를 맡
은 이후부터 무슨 일들이 그리 많이 생기는지 야근을 밥먹듯이 하
며 보냈습니다. 간혹 지난 서류철이며 회의철을 뒤적이다 보면 당
시 제가 만든 자료들이 참 많습니다. 지금처럼 야근수당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입사 당시 직급과 지금의 직급은 별 차이가 없습니
다. 사내근로복지기금 공채로 21년 째 근무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사람의 심리라는 게 그런 것 같습니다. 일에 대한 열정으로 자발적
야근을 하는 사람은 늘상 그래야 하는 것처럼 다른 이들은 눈에는
그렇게 생각되어지나 봅니다. 열심히 하던 사람이 보편적인 직원처
럼 일하면 곧 부실하고 무성의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모
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들은 정시면 퇴근을 하는데 그 사람은
일을 즐기고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야근을 하는 것이 옳은지?
직장에서 보면 일을 잘 하는 직원에게 일이 더 몰리고 업무효율이
떨어지는 직원에게는 아예 일을 맡기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
도 이기적인 행위입니다. 업무효율이 떨어지는 직원이 한가하면
그러려니 하면서, 평소 열심히 일하고 야근까지 하는 직원이 평상
시 속도로 일하면 주위에선 농땡이 부리는 것이라고 눈빛이 달라
집니다. 개인 업무능력 차이나 지난 시간 그 사람이 했던 노력과
고생은 생각하지 않고 몸과 정성을 다해 이루어놓았던 결과를 기
준으로 지금도 변함없이 그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을 암암리
에 종용하는 것 같습니다. 정작 그런 시선으로 보고 있는 본인의
모습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해 간다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세상은 간혹 완전체라는 유형의 사람이 있습니다. 남을 지적할 때
상대방은 향하는 손가락은 둘이지만 나머지 셋은 자신을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업무처리를 하면서 자신이 직접 해결하지 못하면
서 결과를 주변탓으로 돌리며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 직원들을
주변에서 간혹 접하게 됩니다. 사회생활에서 남이 하는 실수는 놓
치지 않고 찿아내어 훈계하고 가르치려 드는 사람들도 있고 감투나
자리의 힘으로 군림하려 하는 경향의 사람도 있게 마련입니다. 그
런 사람일수록 자신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고 합니
다. 자리나 감투는 유한하고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하고 또 떠나야
만 하는 것입니다. 감투나 자리를 떠나고 나서야 권력무상과 후회
를 하는 일은 현실에서 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소설, 역사에서도 많
이 봄직한 사실입니다.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실수를 줄이고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며 노력하는 존재인 것을... 그것을 아는 사람
이라면 질책보다는 격려가 필요한 사회라 봅니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 세찬바람을 날리기보다는 따뜻한 햇볕으로 스스로 외투를
벗게 한다는 이솝우화처럼 비판과 냉정의 잣대보다 이해와 배려가
상대방의 마음을 속히 열게 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오늘은 그동안
사내근로복지기금 업무를 하면서 접했던 다양한 모습들의 사람들
을 상기하면서 가을을 맞는 문턱에서 느낀 생각을 혼자서 주절거려
봅니다. 요즘 계절 탓인지 지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가 사내근
로복지기금 업무에서는 해야 할 역할과 일들이 많다는 것에 스스로
위안을 삼으면서도 가끔은 정신없이 살아온 삶의 여정에서 이제는
잠시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카페지기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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