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이 논산훈련소에 입대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큰애방을 들여다보고, 마지막으로 잠자리에 들면서도 큰애방을 둘러보는 것이 내 일과가 되었다. 함께 있을 때는 밤에 늦게 자고, 아침이면 일어나지 않아 답답했고 잔소리를 많이 했는데 막상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나니 시원함보다는 허전함이 앞선다.

나와 의견이 맞지 않아 자주 다투고 나를 힘들게 했었지만 화해하고 논산훈련소에서 마지막으로 헤어지면서는 눈물을 감추며 "아빠 사랑해요"하고 울먹이던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이 찡했다. 내가 바라고 기대하는 수준에 빨리 오르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내고 안달을 했던 내 지난 모습이 생각난다.

못나도 내 자식이고, 잘나도 내자식인 것을.... 큰애가 군입대를 하며 나보고 자신의 방을 쓰라고 했다. 좁은 안방에서 쌍둥이 동생들과 함께 자는 모습이 안타깝고 동생들이 방에 들어와 이것저것 만지는 것이 싫다고.... 나는 그냥 지금처럼 안방에서 동생들과 잠을 자겠다고 했다. 늦둥이 쌍둥이 동생들이 생기는 바람에 큰애를 너무 일찍 떨어뜨려 혼자 자게 했던 것이 큰애를 외롭게 했고 소극적인 성격으로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느껴 쌍둥이들과는 최대한 함께 지내고 싶었다.

큰애 방에 들어와 있으니 참 낯설다. 큰애는 의무감으로 키운다는데 마치 나와 큰애 사이에 커다란 벽이 가로막고 있는 듯한 답답함이 느껴진다. 자신의 물건을 만지는 것도 자신의 방에 다른 가족이 들어오는 것도 싫어했던 큰애의 성격탓에 큰애 방에 자주 들어가지를 않아서 그런 걸까? 자식이라도 자주 대화하고 자주 안아주고 방에도 들락거리고 함께 하는 시간도 많이 가져야 친밀해지는 것 같다.

2007년 대학 1학년때 기숙사에 있느라 1년 떨어져 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때는 고된 훈련도 없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오거나 가서 만날 수 있었지만 군대는 그런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다. 먹는 것도 까다롭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는데 군대에 잘 적응해 나갈런지 걱정이 된다. 날씨는 연일 34도를 넘는 무더위가 계속되는데 몸 건강히 훈련은 잘 받고 있는지 어느덧 마음 한켠에는 큰애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이 차지하고 있다.

자식이 집을 나가면 집에 들어와야 비로소 마음이 놓이고 편히 잠자리에 드는데, 당분간은 큰애방을 들여다보며 큰애의 체취를 맡으며 허전하고 보고싶은 마음을 달래야 할 것 같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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