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내 생일이었고 동시에 쌍둥이자식들 초등학교 마지막 학기인 6학년 2학기 기말고사 시험일이었다. 내 생일은 뒷전이고 쌍둥이들 기말시험 챙기라고 아침부터 부산하기만 하다.

"아빠! 머리를 개운하게 감고 가야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머리 감겨주세요"
헐~~~ 세상이 변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람이 변했겠지.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는 시험을 앞두고는 머리도 자르지 않고, 손톱 발톱 조차도 그동안 공부한 것 달아난다고 터부시하고 깎지를 않았다. 머리를 감는 것, 목욕까지도 시험 뒤로 미루었다. 당시는 군인처럼 머리도 짧았는데, 시험을 앞두고는 머리도 자르지지도 감지도 않았으니 머리가 엉망이었다.

학생부 선생님들도 시험을 앞둔 시기에는 등교시 교문 앞에서 하던 두발 단속도 하지 않고 눈감아 주었다. 머리가 길어도, 머리를 감지 않아 두발이 단정치 않아도 시험공부를 한다는 핑계하나면 모든 것이 다 용서되던 호랑이 담배피우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오래된 시절 이야기가 아니고 불과 십수년 전 일인데....

그런데 요즘 애들은 멋을 알고 개성이 강한 세대들인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늘 당장 시험인데도 머리를 감아야 개운해지고 맑은 정신으로 답을 잘 쓰게 된다고 머리를 감겨달래니... 자식이 머리를 감으면 시험을 더 잘 볼 것 같다는데 안된다고 막을 애비가 어디 있으랴~~아침부터 녀석들을 깨워 두피기능이 첨가된 샴푸로 머리 감기고(어제 감겨준 천연성분이 함유된 샴푸는 싫다고 완강히 거부한다), 헤어드라이기로 머리까지 말려주고 나니 금새 금쪽같은 내 아침시간 20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아침부터 통근버스 정류장까지 뛰게 만든다. 헐레벌떡 가픈 숨을 몰아쉬며 겨우 통근버스에 오른다.

내년부터는 특목고나 외고 입시에 필기시험이 없어지고 대신 내신 비중과 입학사정관제 비중이 높아진다고 한다. 특목고 입시 내신도 초등학교 5학년 성적부터 반영된다고 하니 당연히 학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중요성이 부각되어 엄마들의 치맛바람만 더 심해졌다. 결국 학원만 더 북적거리게 만들고 부모들 사교육비 부담만 가중시킨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갈수록 부모 경제력에 의존한 기획영재가 일반화되고,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사라져가는 걸까? 자녀 성공비결이  첫째가 엄마의 정보력, 둘째가 부모의 경제력, 셋째가 아이의 능력이라는 말이 현실로 굳어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쌍둥이아빠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달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