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사는 60대 후반의 A씨 부부. 남자는 한 때는 대기업의 지방 공장
공장장까지 했고 자식 둘을 잘 키워서 의사, 교사로 만들었다. 의사 아들은
배우자를 의사로 맞아 부부의사로 활동하고 있고 자식도 둘 낳아 잘 살고 있다.
3년 전, 가장이었던 남편이 질병으로 입원하여 3년째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친척이며 자식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얼굴을 들이밀고 전화를 주더니
이제는 면회는 커녕 전화조차도 뚝 끊겼다. 자식도 매월 병원비를 송금해주는
것으로 자식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어쩌다 자식에게 전화를
하면 바쁘다며, "병원비가 부족하세요? 더 보내드려요?"라고 말한단다.
실은 부모는 자식 목소리가 듣고 싶고, 얼굴이 보고 싶어서 전화를 했는데......
남편은 병원에 입원해있고, 이제는 아내마저 몸이 불편해 거동조차 힘겹다.
한 때 네 식구가 살던 북적이던 아파트에는 작년에 키누던 반려견도 죽고,
이제 아내 혼자서 불편한 몸으로 덩그러니 빈 집을 지키고 있다.
남은 가족이나, 친척들은 '원래 아픈 사람이니까'하고 점점 기억 속에서
밀어내며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 말이 딱 맞다.
《수축사회》(홍성국 지음, 메디치)에서 저자 홍성국은 2008년부터 전 세계는
수축사회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수축사회의 유일한 이데올로기는 오직
'생존'이라고 말했다.(p.35) 자기 조직(몸)의 생존에만 집착하느라 패배자를
돌 볼 의지나 여유가 없다는 말처럼 우선은 자신부터 살아야 하기에 어쩌면
남을 생각하고 챙길 여유가 없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준비되지 않은채 맞이하는 노후는 재앙이다. 노후에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날 갑자기 자신이나 가족 중에 병이 생기고 아프면 곧장 빈곤층으로
추락하게 된다. 무조건 자식에게 퍼주고, 자식들이 대학원까지 보내달라
하여 대학원에 보내주고 해외유학 보내달라고 하여 대책없이 해외유학을
보내줄 일이 아니다. 부모도 이제는 냉철하고 이기적으로 살아야 한다.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고 책임져주지 않는데 부모 또한 마지막 남은
돈을 막 소진시켜서는 곤란하다. 수축사회의 유일한 이데올로기는 오직
'생존'이라는 글이 가슴에 박힌다. 작금의 슬픈 현실이다.
김승훈
'김승훈의 살아가는 이야기 > 김승훈의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또한 지나가리라~~ (0) | 2019.10.15 |
---|---|
태풍 하기비스가 우리나라를 피해 일본으로 직행했군요. (0) | 2019.10.10 |
올해는 유독 감기에 자주 걸리네. (0) | 2019.10.07 |
시루떡이 먹고 싶어서... (0) | 2019.10.06 |
논어를 생각한다. (0) | 2019.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