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근무시간에 휴대폰진동음이 울린다.
발신번호가 '아부지'로 되어있다. 어릴적 시골에서 자라면서 아버지를 부를 때는 '아버지'보다는 '아부지'로 부르는 것이 더 좋았고 정감이 있었다. 내가 쓰는 휴대폰의 이름입력어 중 사람이 아닌 단어가 딱 세개 있는데 '우리집', '울마눌', '아부지' 중 하나이다.

나 : "아부지세요?"

아부지 : "응, 승훈이냐? 지금 사무실이냐?"

나 : "네"

아부지 : "가만, 쌍둥이들 생일이 11월 10일 아니냐? 사돈어른 이야기를 들으니 이모가 어제 생일잔치를 준비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 : "쌍둥이들 생일이 원래 양력으로 11월 10일이예요. 그런데 하필이면 애엄마 기일과 날짜가 겹치다보니 애엄마 기일은 음력으로, 쌍둥이들 생일은 양력으로 치르고 있고요"

아부지 : "그러냐? 사돈어른이 검정쌀을 부탁하셨다고 그래서 오늘 한가마 찧어서 보낸다. 그리고 얼마되지는 않지만 돈도 부쳤으니 쌍둥이들에게 필요한 것 사주거라"

나 : "아부지도 힘드시면서 무슨 돈이 있으시다고 돈을 부치세요"

아부지 : "가까이라도 있으면 가서 녀석들 얼굴이라도 자주 보고 싶다만 쉽지가 않구나"

나 : "죄송해요. 제가 오히려 돈을 보내드려야 하는데..."

아부지 : "네가 열심히 살고 있으니 됐다. 이만 끊는다"

서둘러 전화를 끊는 아부지. 내 밑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그동안 알토란같이 일군 땅을 모두 팔고 지금은 신용불량까지 몰리신 우리 아부지. 그런 아부지께서 쌍둥이들에게 생일을 축하한다며 돈을 보내주시겠다고 하시니 갑자기 목이 맨다. 당신도 어려운데....

시골을 내려가지 못한 것이 벌써 2년이 넘었구나. 학교 진학이며, 취직, 결혼 등 부모에게 걱정끼쳐드리지 않고 잘 헤쳐나가는 나를 자랑스러워하셨던 아부지였다. 그러나 믿었던 큰 자식이 경제적인 어려움, 아내의 사별, 남겨진 세 자식을 데리고 혼자 사는 기막힌 모습이 많이 안타까우신 모양이다. 당신도 젊어서 아내와 사별을 했는데 큰아들인 나도 똑같이 아내와 사별하고 사는 모습에 마음 아파하시며 이제는 쌍둥이엄마 잊고 빨리 새로운 사람 만나라고 하시는 우리 아부지. 2주전 막내가 6학년 전교에서 1등을 했다고 알려드렸더니 기뻐하시던 우리 아부지.

아부지! 저 꼭 재기하렵니다.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건강하세요.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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