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품영양학 전공에다 국내 박사예요. 그런 사람이 하버드 나온 교수보다 더 많은
베스트셀러를 냈어요. 그것도 몇십만 부씩…. 고현정(탤런트)도 아닌데, 이 나이에
시청률을 30%까지 끌어올렸고요. 회장님, 사장님,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 암환자…
누가 내 강의를 듣든 다들 몰입하세요. 사람들이 그 비결이 뭐냐고 묻는데, 나는 독서에서
나온 생각하는 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와 스토리를 생각하는 힘이 있으면 엿장수도 부자가 될 수 있지만, 생각하는 힘이
없으면 대학을 나와도 아무 데도 쓸 곳이 없는 사람이 되는 시대입니다.”
“문제에 기반을 둔 교육을 시작할 겁니다. 교수는 강의하고, 학생은 리포트를 제출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발표하고 교수와 함께 토론해서 해답을 찾는 방식이지요. 1~2학년 때
교양과목에서 고전 50권을 의무적으로 읽도록 할 겁니다. 예를 들어 이번 가을 학기
교양과목에 ‘키워드로 읽는 오늘’이란 강좌를 만들었는데요. 자연과학·인문학·법학 등 각
분야 교수가 돌아가며 강의를 합니다. 여러 각도에서 사회적 이슈를 풀어가다 보면
중앙SUNDAY에서 제시한 ‘다빈치형 인재’가 나오지 않을까요.”
“우리 학교가 여자 대학인 것은 맞아요.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대한민국 여자가 아니라
세계 속의 인간을 가르치는 총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남자와 여자를 구분할 필요가
있었어요. 노동력 중심의 사회에서 근력이 강한 남성이 존중받을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앞으로 열리는 융합시대에선 달라요. 여자라고 해서 남자보다 못할 게 없어요.”
“총장 취임 후 우리 학교 멘토를 맡고 있는 기업 최고경영자(CEO) 20명과 돌아가며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여성들을 사원으로 쓸 때 무엇이 문제냐. 솔직하게 말해 달라’고 했어요.
여대생이 취업할 때 핸디캡이 뭔지 알아야 하잖아요. CEO들은 ‘책임감이 좀 떨어지고 이기적’
이라고 하더군요. 한마디로 조직을 위해 몸을 던지지 않는다는 거죠. 남자들은
‘부하를 위해 내가 죽겠다’고 달려드는데, 그러니까 밑에서 ‘보스’ 하고 따라가는데, 여자들은
‘난 몰라요’ 하니까 부하들이 여자 상사 모시기 싫어하고, 힘들어한다는 겁니다. 신입사원일
때는 우수한데 이사급, 임원급으로 올라가는 확률이 낮다는 것, 그 이유가 뭐냐? 바로
팀워크 부족이라는 겁니다.”
“권리는 똑같이 요구하면서도 ‘난 여자니까’ 하면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 이것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해결책도 역시 교육밖에는 없더군요. ‘뭐든지 훈련이다.
방위보다 특수부대가 센 것은 훈련의 강도가 세서 그런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팔기(취업시키기)
위해선 특수부대 요원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OK, 남자가 여자보다 더 훈련을 받은 것은
축구하고 군대 가는 것뿐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교수들에게
‘축구 하고 군대 가는 여대생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교수들이 농담하는 줄 알고 웃더군요.
나는 진담인데….
한 총장의 ‘악바리 근성’은 유명하다. 두 자녀를 낳았을 때 산전·산후 휴가를 하루도 쓰지 않았다.
둘째 딸을 낳았을 때는 1월 9일 출산 후 3월 2일 정상 출근했다. 한 총장은 “내 얼굴이 부어서
엉망인 것을 보고 교수들이 일주일만 더 쉬라고 했지만, 수업을 다 마치고 퇴근했다”고 한다.
“내 사전에는 결석, 휴강, 결강이란 단어가 없어요. 아이들이 한창 자랄 때는 오후 6시 집에
가서 저녁 먹이고 숙제 봐주고, 다시 밤 9시 학교에 갔습니다. 그리고 새벽 2시에 퇴근했지요.
다시 6시30분 기상…. 그렇게 하루에 4시간 반 자는 생활을 하니까 책을 10권, 11권씩 쓸 수
있었던 겁니다. 옛날 사진들 보면 머리를 뒤로 묶은 것밖에 없어요. 마흔다섯까지 드라이를
해본 적이 없어요. 머리카락 한 오라기 빗는 시간도 아까워….
나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라이벌 대학은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이화여대란 대답을 원할 텐데, 나는 이대가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해요. 이대가 많이,
많이 앞서 갔으면 좋겠어요. 이대를 견제하고, 교수 뺏어오고, 좋은 프로그램 베껴서 장사하고,
그러면 소경이 자기 닭 잡아먹는 거예요. 대학 운영을 백화점식, 뷔페식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서로 다른 것을 해야 해요. 자기 특성화를 해야 해요. 그래야 우리나라도 잘됩니다.”
<중앙SUNDAY 2008.12.7.>
숙명여대 한영실(51) 총장. KBS TV 건강 프로그램(비타민 ‘위대한 밥상’)에 고정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고 ‘스타 교수’ 반열에 올라 올해 숙명여대 총장까지 올랐다. 메스컴이 낳은
최고의 '스타교수' 출신이지만 그가 내 뱉는 한마디 한마디 말에는 자신만의 삶의 철학이
담겨져 있고 강렬한 신념을 느낄 수 있다.
한총장이 강조하는 키워드 '융합과 변화, 그리고 특성화'는 진정 학교나 회사 뿐만 아니고
개인들 생존이나 발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만 개인들은
'특성화'대신 '전문성'으로 바꾸어주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의 요건이 되지 않을까.
한영실 총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실험이 조직에, 교직원에게, 학생들에게, 우리나라
교육계에 어떤 변화의 바람과 결과를 가져올 지 사뭇 기대되는 바가 크다.
2008.12.7.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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