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사는 하루살이가 "내일 두고보자!"는 말은 유머라고 한다.
태어나서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하루살이의 '하루'는 삶의 전부이자 너무 소중한
시간일 것이다.
어제 하루는 싱글대디인 나에게 너무나 힘든 날이었다.
1인 3역을 한다는 것이 큰 인내와 투자를 요하며, 엄마의 역할 또한 얼마나 소중한지,
자식들 뒷바라지의 어려움, 집사람 없이도 씩씩하게 어려움을 잘 이겨낼 것이라
자신했는데 집사람의 빈자리가 너무 커보여 마음과 몸이 모두 무척이나 아팠고 힘들었다.
어제는 몇가지 일이 동시에 터진 날이었다.
집 전화기가 고장이 나서 전화벨 소리가 아예 울리지를 않았다. 아마 호기심 많은
막내 재윤이가 여기저기를 쑤셔 고장을 내 놓은 모양이다. 여기저기 전화가 걸려오는데
전화벨 소리가 아예 울리지를 않으니 집으로 전화를 하는 사람도 짜증이 났고, 집에서
전화를 왜 받지 않느냐고 무슨 일 생겼나며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에 장모님도 짜증이
났고 고스란히 스트레스로 연결되었던 것 같다. 게다가 큰 애가 2주 전에 지방으로
내려갈 때는 한참 더웠으나 그 사이에 날씨가 급변하여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저
긴팔 옷을 빨리 부쳐달라고 아우성대고, 쌍둥이 중 막내인 재윤이는 3일전부터 눈병에다
몸에 피부 알러지까지 생겨 학교와 학원에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죽치고 아픈 눈으로
하루 종일 TV만 보고 있으니 장모님 심정이 오죽 답답하셨겠는가?
장모님이 불편하신 몸으로 비가 오는 와중에 재윤이를 데리고 병원 안과에 피부과까지
다녀오셨고 빈 사과박스를 구해 큰애 옷을 두박스나 챙기느라 동분서주 하셨던 모양이다.
다행히 막내 재윤이 눈병은 바이러스성 결막염으로 판명되어 어제 진단서를 떼어 학교에
제출하고 어제부터 겨우 등교하기 시작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제 저녁은 지난 여름성수기 콘도운영에 협조해준 콘도사
관계자들을 만나 저녁 식사를 하며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는 자리를 만들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늦게까지 약간의 과음을 하고 밤 12시 30분에야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장모님의 전화기, 큰애 옷, 재윤이 병원 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나에게 풀어놓는 것이었습니다.
"자네, 제 정신인가?",
"빨리 좋은 사람 만나 재혼하게! 나도 이제 더 이상은 애들 뒷바라지 못하겠네..."
폭탄 선언을 하시는 바람에 수습하느라 많이 힘들었다.
사람은 가끔 하루쯤 잠적하여 모든 일을 잊고 혼자 지내고 싶을 때가 있다고 한다.
어제는 나도 모처럼 그동안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술에 취하고 싶었고 노래방에서
목청이 터져라 마음껏 노래를 불러보고 싶었지만 그 '하루' 마저도 나에게는 허용이
되지 않은 것 같다.
당신은 당신의 하루를 당신이 마음껏 사용십니까?
'예'라고 대답하는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입니다.
싱글대디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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