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9시 30분까지 야근을 한 끝에 2012년 사내근로복지기금
결산서(안)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설명절 3일 연휴 중에서 설
당일만 빼고 앞뒤로 이틀간 출근을 하였는데 아내가 설날 전날에
도 회사일이 밀려 있으면 회사에 나가 마무리 지으라는 말에 설날
명절음식을 장만을 도우지 못하고 '정말 출근을 하는 간큰 남자'라
고 눈을 흘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내근로복지기금 업무를 하면서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
더 기운을 빠지게 하는 것은 주변사람들의 말입니다. 말에는 두가
지 종류가 있습니다. 상대방을 즐겁게 하고 힘을 솟게 하는 칭찬과
격려의 말이 있는가 하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화를 돋구거나 절망감
을 가져 좌절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사내근로복지기금업무는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챙겨주는 민원
업무들이기에 무심코 던지는 직원들의 말 하나에도 기금실무자들은
때로는 마음속에 크나큰 상처로 남아 두고두고 우울한 기분이 이어
질 때도 있습니다. 저도 사내근로복지기금 업무를 하면서 이런 불쾌
함을 경험한 일이 여러번 있었습니다.
가장 비근한 예로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운용하면서 "왜 특정 금융
회사와 오래 거래와 계약을 유지했느냐? 혹시 그 회사로부터 뭔가
특별한 혜택이나 돈을 받지는 않았느냐?"라는 기가 막힌 말을 들었을
때면 처음에는 어이가 없어 웃었고, 두번째에도 그러한 질문을 받으
면 '나를 뭘로 보고!' 하는 분노 아닌 분노가 치밀다가, 문득 사람들이
이런 오해를 하기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에 이르면 은근 부아가 치밀
어 올랐습니다. 2002년 처음 거래를 트기 시작했던 그 회사 영업사원
을 대면했을 때는 그 영업사원은 일자면식도 없던 나에게 1년 동안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경제동향을 스크랩한 자료들을 제 책상 위에 전달해
주던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본인의 열정때문인지 우연하게도 2003년 예금금리가 하락하면서 정기
예금을 대체할 새로운 수익상품을 검토하라는 이사회의 지시가 있어
단지 그 영업사원에게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을 뿐이었는
데, 당시 이사회에서 당시로서는 가장 높은 조건(CP, 90일기준 5.0%)
을 제시한 그 회사에 자금을 운용하기로 결정하여 그 이후 계속 거래를
하게 되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만기가 되면 어김없이 이사회 결정을 거
쳐 자금집행이 이루어졌기에 사규에 전결권도 없는 차장이었던 나의 처
치에서 독단으로 자금을 집행하도록 하여 그 회사를 밀어주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오해를 하지 않을까 하는 유쾌하지 않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을 때면 언젠가는 진실을 알아주리라 하는 마음으로 기다릴 뿐,
나는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색안경을 끼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
을 하게 됩니다.
며칠전에도 2003년 어느 비정규직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당시 정책실정
이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연
대기금으로 흡수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것을 정면으로 반박하
여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지켜냈었다는 사례를 들려주었더니 어떤 관리자
의 입에서 "그때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없애버렸더라면 지금 대학학자금 때
문에 고민하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말을 듣고 저으기 놀라 제 귀를 의심
했습니다.
근로자들의 피와 땀으로 조성된 수백억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본인 업무
처리가 까다롭게 된다는 이유로, 노총에 노동연대기금으로 거저 주었어야
했다는 그런 발언이 가슴을 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본인 임금이
동결 되거나 임금 1000만원을 삭감하자고 하면 눈에 불을 켜고 반대할 것
이 뻔한데 회사와 근로자들의 공동재산이나 진배없는 막대한 사내근로복
지기금을 그렇게 귀찮은 업무 하찮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제게
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카페지기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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