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우리동네 어느 떡집을 들러 떡을 사다가 그 떡집 낡은 벽에 걸려있던 요금판 밑에 쓰여져 있는 조그마한 글씨를 보았다. 그리고 올해 9월 16일에 떡집을 들렀을 때도 변함없이 그 글씨를 볼 수 있었다.
"※ 주 : 상기 요금은 순수한 노동의 댓가이오니 요금을 할인하여 하지 맙시다. 배달에 관하여는 별도 요금을 경우에 따라 받습니다." 라고 적혀있다.
순간 "이게 뭐야? 고객을 뭘로 보고..." 하는 불쾌감과 함께 오만함이 느껴졌다.
'순수한 노동의 댓가이오니 요금을 깎지 말라?' 그러나 조금 달리 생각해보니 자신의 일에 대해 가치와 함께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것, 업에
대한 열정과 당당함을 느낄 수 있어 슬며서 내 기분이 좋아짐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그집 떡이 맛있었다.
어쩌다 아침 일찍 운동을 나가거나 출근길에 쳐다보노라면 가게 문이 열려져 있고, 주인내외분이 열심히 떡을 만들고 있었다. 그 집이 신기한 것은 하루에 일정량의 떡만 만들어 팔고나면 더 이상 떡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떡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떡을 더 만드시지 그러세요?"라고 물으면 "우리는
정해진 떡만 만들어 팝니다. 필요하면 내일 사러 오세요"라고 말하곤 했다.
그 이후 나는 떡을 살 일이 생기면 꼭 이 떡집을 가게 된다. 떡집 주인의 당당함과 열정이 좋아서......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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