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훈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이야기 제1842호(20121009)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교훈적인 것을 얻으면서 참 재미있는 사항도 많이 발견합니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행동들을 자신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동이나 습관을 고치려 하지 않습니다. 멀리 생각할 것도 없이 흡연만 보아도 몸에 해롭고 폐암에 걸릴 확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몇배가 높다는 것을 사람들은 들어서 익히 알면서도 쉽게 담배를 끊지 못하고 음주또한 절제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카페 자료를 정리하다가 지난 2004년 11월에 게시했던 사내근로복지기금 증식사업과 관련된 기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투신운용사의 투자제안서는 투자약정서나 마찬가지이므로 투신운용사가 처음 고객에게 제시한 투자 제안서대로 상품 운용을 하지 않아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운용사가 손실금을 대부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판결 내용을 소개한 기사입니다. 

금융회사에 투자를 결정시에는 금융회사로부터 상품명, 투자기간이나 금리

(또는 예상수익률), 상품의 구성 등이 자세하게 명시된 투자제안서를 받습니다. 안전하다는 정기예금에 가입할 때도 네고금리를 받아 금리를 결정하게 됩니다.  모 공기업 사내근로복지기금은 2001년 4월 투신운용사 직원으로부터

D투신사의 마케팅팀에서 제시한 편입 기업어음을 6개 기업의 것으로 한정하는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고수익 고위험 '하이일드펀드' 투자 제안서를 제시받고,

다음달 펀드 판매회사를 통해 D투신운용의 펀드에 사내근로복지기금 150억

여원을 입금했습니다.

 

D투신운용은 환매 편의를 위해 이 펀드를 단독펀드로 운용하면서 사내근로복지기금에는 '편입 기업어음 6개 기업 한정' 내용이 빠진 상품설명서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교부했고, 이후 투자제안서에 제시하지 않은 다른 기업의 어음에 투자하였는데 그 기업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그 기업이 발행했던 기업어음

매각이 막혀 투자상품이 손실을 보게 되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법원(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제안서는 투신사와 고객이 맺은 일종의

'투자 약정'에 해당하기 때문에 설사 자산운용팀이 그 내용 작성에 개입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으로 "피고(D투신운용)는 투자제안서에 제시하지 않은 다른 기업의 어음을 펀드에 편입시킴으로써 원고(모 공기업

사내근로복지기금)에게 손해를 끼친 점이 인정된다. 원고에게 12억7000만

여원을 배상하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재판부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피고의 마케팅 직원 김모씨는 펀드에 편입시키는 기업어음을 6개 기업이 발행한 것으로 한정해 제시했으므로, 이같은 내용으로 원고와 피고 간에 펀드 운용에 관한 개별 약정이 성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6개 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A사의 어음을 펀드에 편입한 피고로서는 A사가 부도처리됨으로써 입은 원고 측의 손실을 배상해야 한다"

 

"마케팅팀이 작성한 투자제안서의 존재나 내용을 운용팀에서는 알지 못했다는 사정은 피고의 내부 문제에 불과하다. 다만 원고로서도 펀드 판매 회사가 보낸 펀드 운용 내역을 통지받아 A사의 기업어음이 편입됐음을 알았으면서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을 감안해 손해배상액은 A사 기업어음 매입 금액의 90%로 제한한다" 

위의 사내근로복지기금 운용과정에서 발생했던 소송사례를 보면서 2004년

이후 이러한 기사가 세상에 알려져 자금운용을 할 때 안전성과 확인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주었지만 그 이후에도 위험상품에 대한 투자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면 사람들은 망각의 동물임을 느끼게 됩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나는,

우리는 잘하면 그런 위험에서 피해갈 수 있으리라'는 오만함이든지......

 

카페지기 김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