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고 살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다. 밤에는 자다가 추워 이불을 덮어야 한다.
가을이 왔다. 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변함없이 그리고 어김없이 가을은 왔다. 며칠전 용왕산을 오르는데 지난 여름 지독했던 가뭄에 잎이 말라 비틀어지고 떨어진 앙상한 나무 가지가 애처롭기만 하다. 너무고 길었고 더웠던 지난
여름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니 어릴 때 나에게 잘 해주셨던 분들, 그렇지만 감사함을 전하지 못했던 분들이 한분 두분 생각난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뜨거운 가슴을 않고 그저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찿아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다가는 어느날 갑자기 감사함을 전할 기회마저 잃게 될지도 모르고 그러면 나는 어쩌면 평생을 후회를 간직하며 살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생긴다.
광주에 사시는 장식 작은아버님은 내가 광주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닐 때 큰 도움을 받았다. 자취를 하는데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다보니 집에서는 늘 돈이 한달씩 늦게 송금되어 왔다. 당장 생활비가 없으면 작은아버지 집에서 빌려 쓰고 집에서 송금해주시면 갚고, 다시 며칠 뒤 돈을 꾸러 갔다. 그때마다 말없이 웃으시며 돈을 빌려주시던 숙모님이셨다.
여수에 사시는 상식 작은아버님과 숙모님. 내가 고등학교 때 결혼을 하셨는데 나주 비료공장에 근무를 하셨다. 매주 토요일이면 나는 김치통을 들고 신혼집인 작은아버지 댁을 가서 반찬을 가지고 왔다. 같은 마을에 사셨던 숙모님은 내 친구의 고모이기도 하다.
광주에 사시는 김영관사장님. 내가 대학교 1학년 2학기 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입주하여 가정교사를 했던 집인데 사장님은 중소 섬유업체를 운영하셨다. 많이 부족했던 나를 따뜻하게 품어주셨던 분이다. 성수형과 성훈이 재형이도 보고 싶다.
미원그룹(현 대상그룹)에 입사하여 첫 근무지였던 회장비서실에서 신입사원이었던 나에게 기안문을 작성하는 방법이며, 내가 올린 기획서와 보고서에 빨강 펜으로 첨삭하며 바로잡아주시던 강성균 당시 과장님과 윤석동차장님. 그분들 밑에서 경영의 큰 틀을 잡아갈 수 있었음에 감사드린다.
그분들 앞에 정말 성공한 모습으로 서고 싶었다. 어쩌면 열정과 도전의 내 삶이 그분들에게 보람을 안겨드리는 싶었다. 지금보다는 더 잘되어 찿아뵈려고 기다렸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마음이 바뀌어 간다. 그냥 시간이 허락되는대로 내 있는 모습 그대로 찿아가서 감사함을 전해드리고 싶다. 시간은 내가 더 잘되어 당당하게 나설 그날을 쉽게 허락해 줄 것 같지않고 또 오래 기다려주지 않을 것 같다. 변화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변화에 순응하며 사는 것도 삶의 지혜임을 뒤늦게 깨달았는지 모르겠다.
올 명절에는 작은 선물이라고 보내드리려 한다. 11월초 전남대학교 산업공학과 후배들과의 만남의 시간에는 광주에 내려가 장식 작은아버지와 숙모님도 만나고, 김영관 사장님도 만나뵙고 꼭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그날이 기다려진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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