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경제신문 기사 중에 '전 국민연금 운용역의 쓴소리'를 스크랩 해둔 것이 눈에 띄어 다시 읽어보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연수익률이 1%만 늘어나도 연금 고갈시기를 10년 연장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운용역들이 고수익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국민연금 운용역들은 모두 3년 계약직이며 재계약마다 이들 중 10%는 퇴출당한다고 합니다. 연금가입자들은 30년 이상을 국민연금에 투자하지만 10년 이상 근속하며 자금을 운용하는 운용역은 1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해외 연기금 전문인력을 정규직화해 조직 안정화에 주안점을 두지만 국민연금은 오히려 후행하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안에서 국민연금의 역사와 운용철학을 전수해줄 시니어도 필요하다"
"주식투자 등 기금 운용은 기본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해야 하는데 새로운 시도를 하다 잘못되기라도 하면 화살이 고스란히 운용역에게 돌아오니 대부분 못 견디고 그만둔다."
자연히 투자위험을 기피하게 되고 설사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발굴해서 시작하려고 해도 내외부의 복잡한 시스템을 거치는데 1년의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자연히 수익률을 끌어올릴 아이디어나 종목 발굴 보다는 복지부와 기획재정부, 감사원, 국회에서 각종 감사에 걸리지 않으려고 준비하다보면 본연의 업무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다반사라고 합니다.
사내근로복지기금도 국민연금처럼 회사에서 출연하여 조성된 기금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전 국민연금 운용역의 쓴소리가 남의 일처럼 들리지가 않습니다. 투자를 해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라고 독려하면서, 정작 투자에서 손실이 나면 책임을 묻고 감사를 받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심한 마음고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투자를 하는데 어떻게 매번 수익만 낼 수가 있겠습니까? 어느 기업은 업무를 하면서 한 실수나 실패는 병가지상사요, 좋은 경험을 했다고 관대하게 넘어가주는 곳도 있다 하는데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그렇지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투자에는 굴곡이 있기 마련이지만 연금이 들고 있는 주식의 주가가 갑자기 하락하면 그때마다 감사에 시달렸다"는 전 국민연금 운용역의 말에서 정말 공감을 느낍니다. 손실이 나면 혹독한 내부감사를 받아야 하고, 경위서를 쓰는 것은 물론 손해배상 심지어는 배임소송이라는 단어까지 들을 때가 있기도 한 경우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회사 내부에서 기금을 담담했던 실무자를 죄인처럼 취급하는 시선과 못마땅하게 대하는 모습들입니다.
이런 껄끄럽고 불미스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애초부터 위험이 따르는 자산에는 투자를 하지 않도록 하여야 하고, 불가피하게 투자를 한다면 투자에는 손실이 따를 수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고 먼저 인식해야 하며, 우리사내근로복지기금 실무자들이 투자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기에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자산별 금액배분과 상품 또는 종목 선정 방법, 위기가 왔을 때 신속히 대처하는 로스컷 방법 등을 명시한 투자 가이드라인이나 내부 투자지침서 등 제도적인 안전장치를 복지기금협의회나 이사회와 같은 의사결정권을 가진 협의체에서 먼저 마련해두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경영학박사 김승훈(기업복지&사내근로복지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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