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유(韓汝愈 1642~1709)가 지은 「둔옹집(遁翁集)」에 나오는 글인데,
夫禍之作, 不作於作之日(부화지작, 부작어작지일)
'무릇 재앙이 일어나는 것은 일어나는 날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통감이 위열왕 23년에 시작하는 것에 대하여(通鑑始於威烈王二十三年)]
여기에 나오는 ‘통감’은 송나라 사마광(司馬光)의 《자치통감(資治通鑑)》이라고 한다. 《자치통감》은 주(周)나라 위열왕(威烈王) 23년부터 시작되는데 이 역사책이 시사하는 바는 주나라는 멸망하기 150년 전부터 이미 멸망의 조짐이 나타났던 것처럼, 모든 재앙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훨씬 이전부터 그 조짐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조짐을 미리 알아차리고 잘 대처해야 함을 가르쳐주고 있다.
지난주 일요일, 갑자기 차에 브레이크경고등이 들어오면서 브레이크를 밟는데 느낌이 평상시와 다르다는 것을 감지했다. 차가 2001년 8월식이라 출고된지 10년째에 접어드니 이제는 여기저기 손보아야 할 곳들이 많이 생긴다. 곧장 차량정비업소로 직행하여 차량 본넷을 열어보니 냉각수를 엔진에 공급해주는 플라스틱 관이 노후되어 냉각수가 새고 있었다. 정비업소 사장님이 나를 보고서 웃으면서 말한다. "조금만 늦게 오셨어도 큰일날뻔 했네요"
경고등은 사람들에게 미래에 발생할 문제를 미리 알려준다. 차량 경고등은 사람 눈에 직접 보이지만 세상에는 파괴력은 크면서도 사람 문에 보이지 않는 경고등이 훨씬 더 많다. 이런 보이지 않는 경고등을 여하히 잘 알아차리고 미리 자기계발노력을 통해 잘 준비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조직이나 개인들의 운명과 명암이 엇갈린다. 이런 미래예측능력은 개인의 관심과 노력, 교육과 훈련에 의해 길러지고 강화될 수 있다.
당장 회사만 보아도 앞으로 노동의 종말, 단순노동은 로봇으로 대체되어 고용시장은 대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현재 정규직의 일자리는 대폭 줄어들고 이를 대체하는 프리랜서나 자유직업이 많이 생겨나고 사무실이 없는 가상기업과 1인기업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고도의 전문화된 지식이 없는 개인들은 점점 설 곳이 없어져 간다. 앞으로 10년 후, 과학기술의 발달로 참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경고하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전명구에 나오는 다음의 귀절을 읽고 있노라면 지금 이 시간 누군가가 이 시대의 붕괴를 지켜보며 기록하는 또 다른 《자치통감》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치 이를 암시하는 것만 같아 정신이 번쩍 든다.
'주나라는 마지막 왕인 난왕(赧王) 때(BC 256년) 멸망하지만 그보다 약 150년 전인 위열왕 23년(BC 403년), 진(晋)의 대부인 조적(趙籍), 위사(魏斯), 한건(韓虔)을 제후로 임명할 때부터 이미 멸망의 조짐이 나타났다는 것이 윗글의 핵심입니다. 주나라 왕실이 미약해지고 제후들이 강성해진 순간부터 주왕조의 멸망이 시작되었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자치통감》도 바로 그 시기부터 기술되었다는 말씀'
카페지기 김승훈
'김승훈의 자기계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 박사과정에 합격하다. (2) | 2011.01.13 |
---|---|
김승훈의 자기계발이야기 - 책 욕심 (0) | 2010.12.16 |
내 인생의 황금기는 28세 (0) | 2010.08.11 |
술값과 책값 (0) | 2010.08.04 |
아마와 고수의 차이 (0) | 2010.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