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이 결혼 10주년이었다.
인생길에서 우여곡절과 쓴맛 단맛을 다 보고 나서
아내 말대로 패자부활전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
지난 10년간 치열하게 잘 살았고 다섯 자식들도 잘 키웠다.
나는 인생을 사전 콘티가 없는 한 편의 3막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제1막 출발선에서 부모를 잘 만나 잘 살던 친구들이나
제2막에서 좋은 직장에 들어갔거나, 사업이 잘 되어 어깨에
힘주던 다니던 사람들도 마지막 제3막에서 잘 사는 사람을
결코 이기지 못한다. 진정한 인생 승부는 제3막에서 최종
판가름난다. 60살 이후인 제3막에서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이 진정한 인생의 위너다.
재혼 3년 후인 2014년 4월 16일에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여
결혼기념일이 세월호 사고일과 같은 날이 되어버려 경건하게
지내고 있다. 마침 막내 쌍둥이자식이 97년생, 단원고 세월호
학생들과 같은 또래라서 세월호 사고가 더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그런지 매년 4월 16일은 늘 비가 내리거나 날씨가
춥고 음산하다.
딸이 선정릉 앞 근처 일식집 산원에서 코스 점심식사를 선물했다.
역시 부모 챙기는 데는 딸자식이 최고다. 어제 저녁 아내가,
"당신 혹시 내일 새벽에 깜짝 꽃배달 서비스를 준비한 건 아니죠?"
라는 말에 찔리고 머쓱해 집으로 오는 길에 꽃집에 들러
꽃다발을 사서 아내에게 선물해주었더니 좋아한다.
꽃을 꽂을 화병이 없어 다이소에 들러 화병까지 구입했다.
여자들은 꽃을 받는 걸 좋아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꽃선물을 해주지 못했다. 잃어버린 지난 세월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우직하게 그저 앞만 보고 일만 하고 살았다.
아내 말대로 참 무심한 남편이었다.
그 사이에 다섯 자식들은 잘 자라주어 셋은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고 이제 막내 쌍둥이자식은 대학 졸업반이다.
지난 10년간 우리 부부가 흘렸던 땀과 눈물은 결코 우리
부부를 배신하지 않았다. 아내와 잘 자라준 다섯 자식들에게 감사하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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