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때 우리 고향에서는 고구마를 감자, 감자를 북감자라고

불렀다. 고구마가 열대식물이라는 것을 시시하는 것 같다.

 

지금처럼 풍족했던 시절이 아니었던 시절에 딱히 간식거리가

없었다 보니 소에게 풀 먹이러 나가서 논밭에 있던 농작물을

서리해 먹는 것이 유일한 배고픔 해결책이었다.

 

여름에는 보리, 가을에는 고구마, 겨울에는 칡.......

가을에 친구들과 모여 놀다가 고구마를 수확해 머리에 이고

오는 마을 아짐을 만나면 뒤를 졸졸 따라가면 인심 좋은 동네

아짐은 손을 소쿠리 위로 더듬어 고구마 몇 개를 집어서

아이들에게 던져주곤 했다. 이렇게 받은 고구마를 씻지도

않고 바로 입고 있던 옷에 쓱쓱 비벼서 대충 흙만 닦아내고

바로 생으로 먹었다. 가장 인기있던 고구마는 빨간 고구마와

흰고구마였다.

 

이렇게 수확한 고구마는 수수대를 엮어서 지지대를 만들어

안방에 보관하며 음식 대신 쪄서, 혹은 밥을 한 뒤 남아있던

아궁이 잔불에 구워먹었다. 고구마는 겨울 내내 소중한

식량이자 간식이었다.

 

자식들이 성장하여 결혼해서 객지에서 터를 일구고 사는데

고향에 계신 부모님은 가을이면 수확한 농작물을 어김 없이

자식들에게 보내신다. 그냥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사먹을 수

있으니 안보내도 된다고, 보내지 말고 그냥 시골 장에 가지고

가서 팔아서 용돈으로 쓰시라고 해도 막무가내시다.

 

부모 눈에는 자식이 환갑이 되고 칠순이 되어도 여전히 잘

사는지 신경이 쓰이고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고 싶고 늘

안쓰러운 존재인 모양이다.

 

한때는 시골에서 부모님이 힘들게 수확하여 보내주신

고구마가 대부분 상해서 버리는 경우가 많아 속상했는데

작년에야 그 원인을 알았다. 문제는 배송과 보관 과정이었다.

고구마가 열대식물이라 배송과정에서 영하로 내려가거나

집에서 보관하면서 베란다에 두면 늦가을이나 초겨울에는

베란다가 영하로 내려가 바로 상한다.

 

고구마를 추위가 오기 전에 캐서 보내주시면 바로 쪄서

보관하거나 따뜻한 주방이나 거실에 보관하면 된다.

 

오늘 아침을 간편하게 고구마로 해결했다.

스티로폴 박스 두 개에 가득하던 고구마가 이제 작은

스티로폴 박스 3/1만 남았네.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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