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은 지난 8월에 고향을 다녀왔고,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다섯 자식들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
어제 오전 일찍 논현시장을 다녀왔다.
10년 전부터는 명절에 명절 음식을 직접 만들지 않고
필요한 것만 구입한다. 명절 음식 처리는 나중에는 다
내 차지가 된다.
88년 결혼 후 2009년말까지, 장모님과 명절 음식은 제발
조금씩만 하라고 낭비라고 매년 신신당부를 했지만
그래도 명색이 명절인데 서운하다고 하여 만들다 보면
늘 풍성하고 상 가득이었다.
명절이 지나면 그 많은 음식들은 바로 냉장고 행.
자식들은 명절 당일에만 딱 한번 입에 댈 뿐,
냉장고 파먹기 잔반 처리는 고스란히 내 차지였다.
장모님은 한달 길게는 두달 내내 식사 때마다 남은
명절음식을 데워 내 앞에 내놓았다.
내 앞에 갖다놓으면 내가 다 먹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도 군말 않고 묵묵히 마지막까지 다 먹었다.
그렇게 명절 때마다 남은 음식 때문에 나와 신경전을
벌여놓고도 다음 명절에도 변함없이 많이 만들었다.
사람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걸 나는 믿는다.
모시던 장모님과 결별한 2010년부터 모든 걸 바꿨다.
다섯 자식을 키우려니 체면이고 뭐고 다 버리고
나부터 살아야했다. 명절 음식도 꼭 필요한 것만
시장에서 사고 먹고, 긴축에 긴축을 했다.
대신 돈을 아껴 저축하고, 투자를 했다.
이번에는 전 3팩, 나물 한 팩, 송편 한 팩과 식혜
두 병을 시장에서 사고 집 근처 정육식당에서
한우를 몇 팩 사는 것으로 추석 쇼핑을 끝냈다.
10년만에 내집을 마련해서 입주를 했으니 올 추석은
아내가 내집 마련을 했으나 간단하게 추석 제례상을
준비하겠다고 선언을 했고 나도 거들었다.
어제 오후에는 미리 사둔 생선을 굽고,
소고기도 부치고, 나물도 만들고......
어젯 저녁부터는 자식들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하면서
하룻동안 대화도 나누고, TV로 KBS 나훈아 어게인과
TV영화도 두 편 시청하고, 구글 미트를 사용하는 방법도
익히고. 이번 추석은 오붓했고 제법 명절 기분이 났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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