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타순은 클린업 트리로가 해결하지 못한, 또는 중심타선이 만들어낸 찬스를 해결해야 하는 임무를 가지는 타순이다. 특히 KIA의 경우는 장성호(나지완)-최희섭-김상현으로 이어지는 출루율 높은 3~5번이 포진하고 있기에 6번 타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정규 시즌에는 포수 김상훈이 주로 6번 타순에서 그러한 역할을 잘 감당해왔었다.(중략)
그러나 실제로 드러난 결과는 이와 같은 모든 데이터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었다. 90년대 해태 왕조의 마지막 적통인 '야구 천재' 이종범은 2개의 적시타로 3타점을 쓸어 담고, 12년 만에 복귀한 한국 시리즈 무대에서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광주구장의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고, 이종범은 '슈퍼스타'가 무엇인지 큰 경기에서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데이터를 무시하면서까지 이종범을 6번으로 기용한 조범현 감독의 감각이 더 없이 빛난 경기였다. 미리 각본이라도 짜여져 있는 듯, 이종범의 차례에 역전의 찬스가 찾아왔고, 야구천재는 감독의 그 '신뢰'에 적시타로 화답했다.
전성기 시절부터 이상하게도 큰 경기만 되면 평소 이상의 집중력을 과시하며 자신의 진한 존재감을 드러내곤 했던 이종범. 그는 예전부터 '슈퍼스타'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을 비추고 있을 때면 그는 항상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리고 그것은 12년 만에 출장한 한국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팬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에 '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 아니었을까. 가장 절실한 순간, 가장 절박한 순간에 한 줄기 빛을 보여주는 이종범의 플레이는 KIA 팬들에게 12년 만의 한국 시리즈 승리를 선물했다.(중략)
올 시즌 KIA 타이거즈를 정규시즌 1위로 견인한 감독과 오랜 세월 타이거즈를 지켜왔던 '왕조의 마지막 후계자'가 보여준 서로를 향한 믿음. 1차전 승리의 밑바탕에는 바로 이 '신뢰'라는 두 글자가 깔려 있었다.
- <스포츠조선 > 2009.10.17. 신보순기자
리더는 성공과 실패에 대해 항상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시합의 결승전, 중요한 계약 앞에서는 받게되는 심적스트레스가 남다르다. 연초 구단으로부터 선수사퇴 압력까지 받았던 이종범선수는 선수생명을 걸고 절치부심하며 올해를 보냈다. 드디어 찿아온 설욕의 기회 한국시리즈, 자신의 존재가치를 믿고 6번에 배치해준 조범현 감독과 이러한 절호의 기회를 놓칠리 없는 야구천재가 만들어낸 명승부전 한국시리즈 1차전.
진정한 스타는, 진정한 프로는 가장 절실한 순간에 가장 절박한 순간에 말이 아닌 실력으로 그 이름값을 증명해 보임으로써 스스로 존재가치를 드러내고 창조해가는 사람이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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