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혼자서 용왕산 둘레길을 갔다.
오늘은 휴식을 취하자는 행복나무의 유혹을 뿌리치고
한번 쉬면 내일도 쉬고 싶다고 집을 나섰다.
아직도 용왕산에는 밤과 도토리를 줍은 사람들이 더러 보인다.
내 입에서는 알수없는 %$*@#&* 소리가 나온다.
난 어쩔 수 없는 꼰대다.
도토리를 주머니 가득 주웠다.
낙엽까지 헤집지는 않고
신사답게 길가에 떨어진 것만 주웠다.
운좋게 토실토실한 알밤도 하나 주웠다,
이 알밤은 행복나무 갖다 주어야지.
정상을 지나 100미터 내려가면 가파른 곳이 있다.
작년에 거기에서 나무에서 노는 청설모를 보았지.
사람들이 안보는 사이에 주머니 가득 주운
도토리를 아래로 던졌다.
두번째 돌면서는 더 많이 주웠다.
신경쓰고 바닥을 보니 더 많이 보인다.
아싸~~~
한쪽 주머니가 아래로 쳐진다.
이건 운동하러 온건지,
도토리를 주우러 온건지 나도 햇갈린다.
정상 올가가기 전 30미터 부근에서 구린내가 난다.
왠 구린 냄새?
둘러보니 누가 은행열매 껍질을 한바구니 버리고 갔다.
어제 누군가 거기서 쭈구리고 앉아서 무언가를 만지던데
은행알만 쏙 빼가고 냄새나는 껍질은 산에 버리고 갔네~~~
이런 얌체같은 사람같으니라고~~~
다시 내 입에서는 %$*@#&* 소리가 나온다.
화를 억누르고 정상을 지나 도토리를 다시 던지려고
아래를 보니 얼레~~~
여기도 누가 낙엽을 헤집어놓은 흔적이 있다.
도토리를 던지는 것을 포기하고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털레털레 걸어왔다.
집에 도토리를 모아서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청설모를 보았던 그 장소에 던져주기로 했다.
그때는 더 이상 도토리를 주워가지 않겠지.
작년에도 그랬었지.
그냥 모른체 지나치면 되는데 그게 안되니......
오늘도 역시 내가 꼰대임을 재차 확인한 날이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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