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아내가 잠자는 나를 흔들어 깨운다.
"여보! 밤에 너무 신기한 꿈을 꾸었어.
당신과 같이 아버님과 어머님 산소를 갔는데
아버님 묘는 짙은 초록색인데 어머님 묘는 짙은 고동색이었어.
당신은 동작이 굼떠서 아직 올라오지 안았는데
아버님 산소 앞에 세워진 장승이 앞으로 3/1쯤 기울어져 있었고
아버님이 나를 애기야~~ 하시면 온화한 목소리로 부르시는 거야.
그리고 어머님 묘 위에서 하얀 나비 한마리가 홀연히 나오더니
훨훨 하늘로 날아가는 거야~~"
어머니의 제사를 내가 다시 모시기로 하고,
10월중순에 어머니 묘도 이장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나서
주변에서 무슨 꿈을 꾼 것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보통 제사나 이장을 결정하거나 실행하면
조상들이 어떤 모습으로든 꿈에 나타난다고......
다른 사람들은 돌아가신 조상들이 꿈에 나타난다는데
나는 지금껏 조상에 대한 꿈을 거의 꾼 적이 없다.
오죽하면 제발 꿈 속에서 돌아가신 어머님을 제발 한번만
뵙게 해달라고 그렇게 빌고 또 빌었지만 지금껏 한번도
내 꿈에 나타나지 않으셨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며 평소 예지의 능력이 있는
아내가 내 대신 꿈을 꾼 것일까?
아내는 손윗 처형이 돌아가실 때도 나에게 "언니가 방금 임종했다"고
말하여 놀란 적이 있었는데 그로부터 두시간 뒤 부음소식을 들었다.
가톨릭에서 사도신경 중에 "모든 성인들의 통공을 믿으며....."라는
문구가 있다. 영혼들과의 통공..... 나도 지난 2년 전 추석에 고향
진도에 갔다가 팽목항에 조문차 들렀는데 팽목항 입구에서
갑자기 귀가 먹먹해지며 머리가 혼미해지고 몸에 힘이 쭈욱 빠지며
눈에서 눈물이 저절로 나왔던 체험을 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쌍둥이자식과 같은 나이이니 내 자식처럼 여겨지는
학생들이 아까운 삶을 마감했으니 같은 부모의 심정이었으리라.
아내가 평소 꿈 해몽을 잘해주시는 친척분과 통화를 하니
어머니의 영혼이 편하신 것 같다, 좋은 꿈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기분이 조금은 홀가분해진다.
15개월된 어린 자식을 홀로 두고 먼저 가신 어머니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이제는 그 자식이 장성하여 중년이 되었고,
결혼과 사별, 우여곡절을 거치며 다시 재혼하여 잘 살고 있고
제사도 다시 모셔오고, 산소도 이장하여 볕이 잘 드는
납골당에 모신다고 하니 이제야 비로소 마음이 놓이신걸까?
아니 그렇게 믿고싶다.
그런데 꿈이 왜 나에게 오지 않고 아내에게 갔을까?
어머니가 나보다는 며느리가 더 좋으셨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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