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쌍둥이들이 학교를 가고 난 후 집안은 고요하기만 하다.
모처럼 애들이 없는 집은 방해받지 않고 나만의 사색에 잠길 수 있고 밀린
일을 할 수 있는 안성마춤의 공간이 된다. 진한 커피 한 잔을 책상 앞에 놓고
커피향을 맡으며 컴 앞에서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업무에 필요한 기사는 없는지 검색을 하기도 하고, 오늘 쓸 칼럼 구상에
골몰하기도 한다.

이때, 적막을 깨는 전화벨 소리...
"여보세요?"
"아빠! 전화 끊지 마세요"
막내 재윤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려온다. 학교에 설치된
긴급전화로 걸려온 전화이다. 신원확인이 끝나고 1번을 누르니 끊긴 통화가
계속 이어진다.
"아빠! 10시 30분까지 학교에 다카좀 가져다 주세요"
"알았다!"

막내 재윤이는 학교에서 디카부에 가입하여 토요일이면 디카를 배운다.
"짜식, 아침에 챙겨가지... 이 추운날 아빠보고 디카를 가져오라고 그러네"
사랑하는 자식의 부탁인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는가? 마침 오늘 6학년 1학기
교재도 나눠준다고 하기에 옷을 두껍게 차려입고 디카와 장바구니를 챙겨들고
집을 나선다. 쌍둥이들 다니는 백마초등학교가 바로 아파트 앞에 있어 학교에
오가기는 편하다.

학교에 도착하니 아직 수업시간이다. 5학년 1반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재명이가
어제 사가지고 간 스킬자수세트로 열심히 작품을 만들고 있다. 사내들이 서툰
솜씨로 진지하게 자수를 놓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어 5학년 4반을 가보니 재윤이도 열심히 수업중이다. 예전에
우리가 국민학교를 다닐 때에는 한 반 학생수가 55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35명이다.
마침 가르치기에 알맞은 인원이다.

다시 재명이 교실 앞으로 이동하여 쉬는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며 서성이는데 마침
5학년 1반 학급 급훈이 눈에 들어온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우리는 5학년 1반'
아! 이보다 아름다고 정겨운 급훈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 우리 가족의 모토로
사용하고플 정도로 아름다운 내용이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우리 가족'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우리 부부'
아무리 세상이 힘들고 어려워도 우리 가족이 있다는 것만 생각해도 세상이 아름답고
힘이 솟고, 다시 일어나 도전할 용기가 생긴다.

요즘처럼 힘든 시기, 비록 내 삶에서 가장 소중했던 인생의 동반자이자 아내, 세 자식의
어미아이의 어미였던 집사람을 하늘나라로 먼저 보내고 지금은 싱글대디로 세 자식을
거두며 살지만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내가 돌아가 편히 쉴 수 있는 가정이 있고 내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감사하고 큰 행복인지 모른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우리는 한 가족'
소중한 우리 가족의 평화와 행복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살리라 다짐해 본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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