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큰애와 실랑이가 있었다.
한번 말을 해도 잘 듣지 않기에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르며 야단을 쳤는데,
그때 큰아들 녀석이 눈을 부릅뜨고 나에게 대드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내 고함소리가
잠재되어 있던 큰애 무의식 속의 지난 과거의 아픔을 건드린 모양이다.

"아빠! 저를 죽이세요! 저보고 또 아파트에서 뛰어 내리라고 하시면 되잖아요?
"무슨 소리니 그게?"
"아빠 기억 안나세요? 제가 초등학교 2학년때 그 어린 때에 제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아빠는 저보고 당시 살던 아파트 19층에서 베란다 밖으로 뛰어 내리라고
하셨잖아요? 저 그때 충격받고 내내 가위눌리며 살았어요"

나는 큰애가 나에게 대드는 것에, 그리고 큰애가 지금껏 그런 마음의 상처를
안고 혼자 고통스럽게 살아왔다는 사실을 나나 집사람에게 한번도 이야기를
한 적도 없었기에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가 이런 뜻밖의 충격적인 이야기를
자식에게서 직접 들으니 당황이 되고 어찌 대처해야 할지 난감했다.

자식은 부모에게 그 어느 존재보다도 소중하기에 자식을 건강히 양육하고자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큰 자식을 의무감으로 키운다. 나도 큰애를 원리원칙적으로
반듯하고 강하게 키우려다보니 정이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이런 큰애의 반발과
나약한 모습에 나의 지난 어릴 때 고생하며 자란 모습이 비교되어 클로우즈업되었다.

"아빠는 한번도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께 잘못하지 않고 자라셨어요?"
"그렇다! 아빠는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가 아닌 할아버지의 아버지 아빠에게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빠를 키워주셨다. 그때 아빠는 친어머니가 안계셔서
마음을 의지할 곳도 없고 너무 외로웠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이쁨 받으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집안 청소며, 마당 쓸고, 학교 갔다오면 마루 쓸고 닦고,
소 풀먹이러 다니고, 심부름도 없느냐고 자원해서 다니며 열심히 살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좋아하실 일을 무엇인지 그 일을 하면 칭찬을 받기에 그렇게
살았다. 그런 생존을 위한 본능 덕으로 아빠는 어느 자리에 가서도 눈치없다는 소리
듣지않고, 회사에 들어가서도 여지껏 부지런하고 근면성실하다는 소리 듣고 살았다"

애비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사는 모습을 보면서도 저런 소리가 나올까 하며 애비의
진정과 뜻을 읽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녀석에게 아쉬움과 실망감이 교차된다.
그렇지만 내가 자랐던 과거 어렵고 힘들었던 시대와 환경과 지금의 풍족함 사이의
차이를 헤아리지도 않고, 자식은 전혀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내가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며 공포감을 느낄 정도로 큰애를 몰아부치고 닥달하며 나의 뜻을 강제로
관철시키려 했던 과정은 내가 잘못했다.
 
나의 지나친 열정과 과욕으로 큰애가 무려 11년간이나 마음에 큰 상처를 받고 심리적인
장애를 앓아 왔다면 결과적으로 내 자식양육 방법에 큰 문제가 있었던 점은 자명했다.
2년전 한소망교회 인카운트에 참석했을때 수많은 사람들이 부모에게 받았던 감정의
상처, 언어 폭력, 체벌 때문에 수십년을 가슴에 담고 살며 응어리진 자괴감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통한의 눈물과 용서의 눈물을 흘리며 마음의
평화를 찿아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는데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자식이 그런 아픔을 겪고
살고  있었다니....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여 하루 내내 고민을 하며 보내다 퇴근후 집에 돌아와 큰애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용서를 구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아빠가 너에게 정신차리고 공부하라고 어린 너에게
충격요법을 쓴 것인데 네가 지금까지 그토록 가슴에 큰 상처를 안고 살고 있는줄
몰랐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이제는 아빠가 너를 더 사랑하고 살께"

지금이라도 큰애의 아픔과 상처를 발견했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 이후 지금까지 큰애에게 다가가 자주 안아주며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마음의
응어리를 푸는데 주력하고 있다. 다행히 큰 녀석도 나에게 마음을 많이 열기 시작했고
많은 진전이 있다.

싱글대디 김승훈
Posted by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경영학박사(대한민국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제1호) KBS사내근로복지기금 21년, 32년째 사내근로복지기금 한 우물을 판 최고 전문가!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4회 사내근로복지기금연구소를 통해 기금실무자교육, 도서집필, 사내근로복지기금컨설팅 및 연간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기업복지의 허브를 만들어간다!!! 기금설립 10만개, 기금박물관, 연구소 사옥마련, 기금제도 수출을 꿈꾼다.
사내근로복지기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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