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이 공연일이죠? 어머니와 늦지 않게 가셔서 오붓하게 잘 보고 오
세요. 오늘 공연은 제가 무리를 해서라도 꼭 보여드리고 싶은 공연이었어요.
기억나실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제가 입대하기 전에 녹화된 조용필 콘서
트를 제 방에서 아버지께 보여드린 적이 있었어요.
아버지께서는 그걸 보고 나오시면서 마치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
셨어요. "조용필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저는 그 순간 생각했지요. '내가
몇년 뒤 일을 해서 돈을 버는 나이가 되고, 때맞춰 조용필 콘서트가 열린다
면 내가 가장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보여드리겠다' 라고요......
그래서 비록 오늘 공연을 보시는 자리가 가장 좋은 자리는 아닐지라도 제게
는 몇년동안 품고 있었던 계획이 제 손을 떠난다는 뿌듯함과 애틋함이 섞인
감정으로 다가옵니다. 아무쪼록 오늘 부부동반으로 처음 가시는 콘서트로
마음 설레시기도 하고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그분의 <꿈>이나 <친구여>
로 가슴 벅참과 위로도 받으시며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던 시간
으로 기억되시길 소망해 봅니다.
여러모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제게도 오늘은 무척이나 뜻깊고 기쁜 날
이라 느낍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아들 규드림.
5월 31일, 오후 4시 5분 큰애에게서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조용필 콘서트
날이니 잊지 말고 가서 보라고.... 5년전쯤 큰애가 보여준 조용필콘서트를 보
면서 가왕의 뜨거운 열정에 감동하고 내가 했던 말을 큰애가 기억하고 나에
게 콘서트 표를 선물한 모양이다. 그동안 자체 업무점검 과 최근의 내부감사
건으로 1년 7개월을 시달리다보니 그 뜨거웠던 일에 대한 열정도 믿음도 신
뢰도 모두 식었고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참이었다. 마치 방전된 밧데리처럼.....
오후 6시 업무시간이 끝나마 주섬주섬 짐을 정리하여 사무실을 나왔다. 여의
도국회의사당역에서 아내를 만나 9호선을 탔다. 아내가 위치를 아느냐고 하
기에 느긋하게 말했다.
"올림픽체조경기장이면 뭐 대충 잠실야구장옆에 있겠지... 그럼 고속터미널
에서 3호선 환승해서 교대역에서 다시 2호선으로 환승해서 잠실야구장에서
내리면 되겠지."
아내는 미심쩍었던지 딸에게 전화를 하여 환승위치를 묻더니 3호선 오금역
까지 가야 한단다. 왠 오금역? 순간 내 눈동자가 바빠진다. 오금역 근방을
살펴보니 5호선 두 구간 전에 올림픽체조경기장이 있다. 시계를 보니 이미
7시 10분을 지나고 있다.
7시 40분에 올림픽체조경기장역에 도착을 하니 경기장으로 가는 인파들이
많다. 콘서트에 가는 사람들인 것 같다. 경기장 안에 들어가니 8시 공연 10
분전. 공연은 8시 10분에 시작되었다. 2만여 좌석이 인파로 꽉 찼다. 이후
두시간 10분간은 가왕과 관객이 하나가 된 영광과 열정의 시간이었다. 자리
가 앞에서 일곱번째, VVIP석이었으니 가왕의 표정을 읽을 수 있을만큼 가까
이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두시간 10분 내내 63세의 나이로 믿어지지 않게 시종일관 쉼없이 노래가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나와 아내는 마음껏 소리치며 동화되어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내가 콘서트를 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설마 콘서트를 할 수 있겠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후배 녀석조차 형! 정말 괜찮겠어? 하며 내내 걱정을 많이
했다.
신문에서는 62세, 63세, 어떤 곳은 64세, 아니 65세까지 내 나이를 들먹
였다. 섭섭했다. 목과 음악은 쉬면 하지 못한다. 계속 연습해야 한다. 몸을
단련하고 연습을 했다. 가수의 생명은 음의 밝기에 있다. 음 밝기가 떨어
지면 끝이기에 안떨어뜨리려 무지 애를 썼다"
가왕은 2시간 10분 내내 음색이 변함없었다. 김승훈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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