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을 포함하여 3일 연휴의 첫날.
평일처럼 일어나 아침을 챙겨먹는다.
커피FMF 한잔 마시고 오늘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적어본다.
아내가 부탁한 일부터 처리한다.
주중에 처리해야 했던 일들인데 모두 주말로 미루어두었다.
문 입구에 내놓은 안쓰는 의자와
분갈이용 흙을 담아놓은 스티로폼 박스를 옥상으로 올리기,
겨울에 사용했던 전기장판을 비닐 봉지에 싸서 옥상창고로 옮기기,
안방에서 키우던 화분 두개를 마저 옥상으로 올려놓기,
옥상에 올려놓은 화분 30여개에 물주기,
거실에 선풍기를 달고, 전선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기.
벽걸이 선풍기는 거는 위치 조절에 실패하여 세번이나 작업을 하고,
전선도 사서 바닥과 벽에 연결하고 바닥에는 청테이프를 발라 떨어지지
않도록 하였고 벽에는 스테플을 사다 단단히 고정을 시켰다.
걱정스런 얼굴로 곁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그제서야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이제 올 여름은 에어컨을 최소한으로만 켜고 살 수 있겠네, 당신 보기보다는 아직 쓸만한데~~ㅋ"
"헐~~ 나를 뭘로 보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고 한다고 했던가 초등학교 6학년부터 했던 오랜기간
자취생활 경험이 집안정리며 어지간한 수리는 혼자서 가능하게 단련시켰다.
치우고나니 집안이 훨 넓어 보인다.
밀린 일들을 해치우고 나니 이제야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집안이 조용하다. 아들자식들은 평소처럼 도서관으로 나가고
집안에는 나와 아내, 그리고 새벽녁까지 과제를 하느라 밤을 세우다시피하고서
늦잠을 자는 딸만 있다.
논문을 쓰려고 벼르고 벼렀던 3일 황금연휴 첫날을 이렇게 시작한다.
남들은 콘도며, 여행, 외출을 간다지만 나는 아내에게 올 1년을 허락받았다.
오늘은 우리 성당 설립 40주년 기념 및 성지순례를 삼성산으로 가는 날이었지만 아내는 내 일정을 따라 주기로 하고서 일찌감치 포기하고 집안일을 한다.
대학원 6학기 중 마지막 두 학기.
올해 안에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학회지에 등재까지 해야 한다.
학위논문을 쓰는 일은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다. 표절시비 때문에
에전보다 논문을 쓰는 일이 더 까다롭고 챙길것도 다시 보아야할
부분들이 많아 논문심사 통과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한다.
특히 박사학위는 더더욱....
모든 일은 때가 있는 법, 공부도 때가 있다.
때를 놓치고 뒤에 가서 하려면 몇배의 시간과 비용, 노력이 든다.
지난 2000년에 석사학위를 마치고서그때 계속 박사학위를 했더라면.....
세상에는 수고로움이나 댓가없이 거저 얻어지는 일이 어디 있는가?
그때는 가계사정도 사정이었지만, 지금처럼 주말에 하는 박사학위과정이
없었다. 남들은 진절머리내는 공부가 나는 좋으니 어쩌랴~
그나마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르다는 말에 위안을 삼으며 배움에
대한 열정과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곁에서 후원해 주는 아내가
더없이 고마울 따름이다.
"내년부터는 한달에 한번씩 등산을 다닙시다"
"그럽시다. 학위를 마치면 내년부터는 토요일에는 당신과 둘이서 등산도 가고,
여행도 다니고 성지순례도 다닙시다"
"아니지,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미래예측과정은 내년까지인데 그럼
1년을 더 기다려야 하잖아? 우쒸~"
"당신도 졸업하려면 내년말까지 공부해야 하잖아?"
"그런가???"
어제 아내가 보여준 수첩 안에는 가보고 싶은 여행지와 성지순례 안내문들이
빽빽히 스크랩 되어 있었다. 희망은 현재의 고통을 이겨내게 만들어준다.
지금 조금 희생을 요하는 힘든 시기지만 내년에는 나아지리라는 희망,
내년부터는 함께 손을 잡고 등산과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사는
우리 부부는 행복하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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