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선을 앞두고 온통 사람들의 이목이 대통령 선거에 집중되어 있는
사이에 기업에서는 은밀하게 인력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창사 40년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고, 금융권에서도 은밀히
희망퇴직이 진행되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전반적으로 기업의 조직이
축소되고 부서가 없어진 종업원들은 몇개월치 위로금을 받고 길거리로
나가야 한다.
종업원들 입장에서는 어느날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으면
억장이 무너진다. 선진국들은 고용이 유연한 반면, 사회안전망이나 재고용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어 기본생활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사회안전망이나 실업수당제도 등이 미흡하여 직장에서 해고되면 재취직도
어렵고 설사 취직이 된다해도 고용의 질이나 소득면에서 이전 직장과는 큰
차이가 나게 마련이어서 부모에게서 많은 유산을 받거나 크게 저축해 놓은
돈이 없다면 당장 중산층에서 하류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최근에 국민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경제가 악순환에 빠져드는 이유 중 하나가 고용이 불안
하여 언제 어느 때 직장을 그만둘지 모르니 소비를 최대한 줄이려는 심리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모른다.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정리하는 것은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인력구조조정은 회사로서는 마지막
수단으로 써야지 전가의 보도처럼 자주 사용되어서는 오히려 독이 된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으례히 종업원부터 자른다면 평소에 어느 종업원이
회사를 믿고 회사를 위해 충성을 다하겠는가? 그리고 경영이 어려워진 것이
꼭 종업원만의 책임인가? 오히려 책임소재와 경중을 따지자면 미리 기술
변화나 소비트랜드를 예측하지 못해 연구개발노력과 투자시기를 놓쳐 회사를 어려움에 처하게 만든 경영진의 잘못이 더 크지 않겠는다?
수년전 해두었던 어느 신문스크랩 글이 생각난다. 쿠쿠압력밥솥으로 유명한
성광전기 구본학사장에 관한 기사이다. 구사장은 회사가 어려웠을 때 기술
개발인력을 해고하지 않고 오히려 캐드 등을 배우게 했다.
- 기술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있었나?
"원래 성광전기 시절부터 인력의 20%를 연구개발에 뒀다. 그런데 수주량이
줄어드니 개발도 안 하고 노는 사람이 태반이 됐다. 그래도 월급 주고 3차원 그래픽설계(CAD)를 배우라고 했다. 공대생들한테 미술을 시킨 거다.
그것이 나중에 기술 개발자가 디자인을 함께 결합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고. 그때 월급 받고 공부하던 사람들 10여 명이 현재 기술연구소의 핵심
중추다."
- 왜 안 잘랐나?
"우리가 나중에 성장하면 그만 한 인력을 밖에서 구해올 수 있었을까 싶었다. 기업의 성장 속도가 빠르면 인재 채용은 쉽지 않다. 그래서 급하게 성장하면 구멍이 생기게 마련이다. 언젠가 그들이 그 틈을 보완해 준다고 믿었다."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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