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사실에 들어가자마자
모래세계를 뒤집어 놓는다.
큰 변화는 없는 것 같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깨알같은
모래가 쉴새없이 밑으로 내려온다.
눈을 지긋이 감으니
지나온 내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어릴때 고향에서 살던 모습이며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대학을 마칠 때까지
자취생활을 하며 살았던 시절,
ROTC 군생활과
(주)대상에 입사하여 업무를 배우고
그리고 지금의 회사로 전직하여
숙명과도 같은 사내근로복지기금업무를 만났지.
87년에는 전 아내를 만나
88년에 결혼을 하고 세 자식이 태어났지.
막내는 쌍둥이로.
어느날 아내가
울면서 이혼을 요구했었지.
당신이라도 애들과 살아야 하지 않겠냐구.
죽을 각오를 한 아내의 눈을 보고
나는 거절했지.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고
그게 부부 아니냐고....
그리고 말기암판정을 받은
아내의 힘든 투병생활과
사별....
주변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남겨진 빚을 갚아가며
장모를 모시고
냠겨진 세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정신없이 살아왔던 시절.
그저 앞만 보고 달렸지.
내가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자식들이 잘 자라주기만을 바라면서.....
그러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
5개월 교제 끝에 결혼.
다섯자식과의 좌충우돌 생활.....
눈을 떠보니 어느덧 3분이 지나
모래시계 속의 모래는
모두 밑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지난 53년의 파란만장했던
기나긴 세월과 기억을
단 3분으로 압축시켜 준 모래시계.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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