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는 여러분이 주인입니다. 주인의식을 가집시다'
작년에 어느 기업을 방문했을 때 회사 입구에 쓰여있던 현수막에 있던 문구이다. 주인이라는 말이 너무도 어색하여 한참을 쳐다보았던 기억이 난다.
"회사가 어렵습니다. 직원 여러분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월례사나 주례사, 주간회의, 또는 사보 첫면에 CEO가 한결같이 강조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CEO 혼자의 희망으로 그치고 만다. CEO가 하는 이런 말 속에서는 진정성을 느낄 수가 없다. 차라리 간부사원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오히려 더 설득력이 느껴졌을 것이다.
"사장이 우리더라 왜 자꾸 주인이라고 그래? 우리가 회사 주식을 단 한 주라도 가지고 있지도 않은데 주인은 무슨 주인이야? 우리를 주인으로 생각한다면 평소 주인 대접을 해주던지? 우리를 주인이라고 부르면서 우리를 한번이라도 주인 대접을 해준 적이 있었나? 꼭 회사가 어려워지면 이런 소리를 하지. 평소에는 어떻게 더 부려먹을까 어떻게 하면 직원을 정리해고시킬까 궁리나 하면서....평소에 잘하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종업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진다고 푸념하는 CEO들이 많다. 근무시간에 일은 하지 않고 자꾸 잡담이나 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일처리도 제대로 못하고,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불평을 하는 CEO들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
"사장님은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강요하면서 과연 직원들을 주인으로 대접해준 적이 있었습니까? 직원을 가족이라고 말하면서 직원들을 자식이나 형제, 진정한 동료로 대접해 준 적이 있었습니까? 직원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아파고 힘들어하는지 대화를 나누어 보거나 이해하고자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해 본 적이 있었습니까?"
"회사가 어려운데 복리후생은 무슨 얼어죽을 복리후생입니까? 일단 회사부터 살리고 보아야지요? 나중에 회사가 이익이 나고 경기가 살아나면 복리후생이야 그때 가서 챙겨주면 되지 않습니까? 회사가 힘들 때 고통분담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요?" 현명한 CEO는 직원들에게 당연한 듯이 희생을 강요하거나 지시하기보다는 이해를 구하고 협조를 요청한다.
주인은 고통을 흔쾌히 감내할 수 있지만, 종업원들 마음은 그러하지 못하다. 주인은 나중에 이익이 나면 뒤에라도 충분히 보상을 챙길 수 있지만, 종업원들은 시효가 지난 임금이나 복리후생비는 다시 되돌려 받을 수 없다. 직원들은 그래서 복지가 깎이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서 손해를 보았다고 서운해 하는 감정을 상쇄시켜 주고 승화시켜 주는 것이 일을 통한 가치창출, 그를 통해 나타나는 성과에 대해 회사나 CEO로부터 받는 인정과 자존심 회복일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이나 CEO들은 잘 한 일에 대해 칭찬과 인정을 해주는 것에 너무 인색하다.
카페지기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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